[북데일리] <파리 좌안의 피아노 공방>(뿌리와 이파리. 2008) 의 저자는 `나만의 피아노`라 할만한 `슈팅글`(빈에 있었던 피아노 메이커 중 하나로 여기선 베이비 그랜드 피아노)을 만났을 때 그 황홀한 느낌을 이렇게 설명한다.
책은 미국인인 저자가 파리 좌안의 피아노 공방 주인 뤼크와 알게 되면서 피아노의 세계에 빠져들고 잃어버렸던 피아노에 대한 열정을 되살리는 과정을 세밀하고 유려한 필치로 꼼꼼하게 건져내고 있다.
대부분 음악가의 뒤안에 머물기만 하던 피아노란 악기가 이 책에선 `생명력`을 부여받고 전엔 몰랐던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다채롭게 풀어놓는다. 저자와 피아노의 연애담을 따라가다 보면 피아노의 작동원리부터 어떻게 기계적인 발전을 해왔는가는 물론, 악기이자 가구로 인식됐던 피아노란 악기가 걸어온 파란만장한 역사,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접할 수 있다.
일례로, 리스트는 순회연주마다 격정적인 연주로 관객을 사로잡곤 했던 음악가. 그 당시엔 아직 피아노가 (쇳덩이가 들어간) 단단한 상태가 아니었기에, 연주가 끝나면 그의 격정에 파괴된 피아노가 적지 않았다고.
리스트는 단단한 피아노를 제작하는 여러 제작소의 피아노들을 시험 삼아 연주해보았고, 그가 보증을 하면 요즘 스포츠스타들이 선전하는 운동용품처럼, 사람들이 구하려고 애를 썼다고 한다.
피아노에 관한 방대한 지식과 더불어 이 책은 파리의 정경과 그곳에서 음악을 사랑하며 살고있는 파리 사람들의 모습을 따뜻한 시선으로 녹여내며 작품의 풍미를 더한다. 피아노에 얽힌 저자의 아련한 추억담들도 독자들로 하여금 공감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만들어준다.
한편, 저자 사드 카하트는 예일 대학과 스탠포드 대학을 다녔으며 캘리포니아에서 연예사업 컨설턴트로 일하기도 했다. 오랜 기간 프랑스에서 살았으며 현재 파리에서 사진작가인 아내 시모 네리와 두 자녀와 함께 살고 있다.
[하수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