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우주인이었던 가가린의 자서전
최초의 우주인이었던 가가린의 자서전
  • 이동환
  • 승인 2008.05.09 0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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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자연의 한 종(種)으로서 인간은 육체적인 관점에서 보면 전혀 뛰어나지 않다. 맹수처럼 빨리 달리거나 날카로운 이빨도 없으며, 새와 같이 날 수도, 물고기와 같이 물속을 자유로이 헤엄칠 수도 없는 존재이다. 그렇지만 그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고 싶어 했다.

물위를 다닐 수 있는 배를 만든 것은 수천 년 전의 일이다. 하지만 인간이 중력의 한계를 뛰어 넘는 데에는 20세기가 와서야 가능했다. 라이트형제에 의해서 인간은 드디어 날개를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그 날개는 한계가 있었다. 즉 이카루스의 날개에 불과했던 것이다. 태양에 가까이 갈 수 없었던 이카루스 날개의 한계처럼 우리는 지구에서 아주 먼 하늘로 날아오를 수는 없었다.

인간은 그 한계조차도 극복했다. 1957년 10월4일 소련은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했던 것이다. 게다가 한 달 후에는 라이카란 이름을 가진 개를 탑승시켜 동물을 우주로 보내는 데에 성공했다.

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후인 1961년4월12일 소련은 보스토크 1호에 드디어 인간을 탑승시켰다. 그럼으로 그는 지구의 대기권 밖에서 최초로 지구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우주에서 지구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아! 아름답다.” 그의 이름은 바로 유리 알렉세예비치 가가린이었다. 이 책 <지구는 푸른빛이었다>(갈라파고스. 2008)은 가가린의 자서전이다.

1934년 가가린은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집단 농장에서 목수일을 했고, 어머니는 가축의 젖을 짜는 일을 했다. 그는 초등학교 시절에는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독일군에 의해 마을이 점령당해 학교도 2년이나 문을 닫은 경험도 가지고 있었다.

열다섯 살에 가계에 도움을 주고자 공장에 견습공으로 일하기도 했는데, 열일곱에 사라토프 공업학교에 들어가고, 이때에 물리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가가린은 사라토프 공업학교 시절에 항공 클럽에 들어가게 되고, 이것이 그를 영웅으로 만드는 길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가가린은 1955년 그의 나이 21살에 오렌부르크 항공사관학교에 들어가게 된다. 그곳을 졸업하고는 공군 소위가 되며, 결혼도 한다.

우주조종사 후보로 선발된 그는 여러 테스트에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최초의 우주 비행사로 선발된다. 스푸트니크 1호가 발사되고, 한 달 후인 1957년 11월3일에 스푸트니크 2호에 개 라이카가 탑승을 한다.

그러니까 우주에 최초로 간 동물은 인간이 아니라 실제로는 개인 셈이다. 이 개에게도 각종 테스트와 훈련을 거쳐서 우주선에 탑승을 했으나, 우주선에서 죽는다. 이유는 온도 조정시스템의 오작동으로 추정되는 스트레스와 과열로 죽은 것으로 보여 진다고 한다. 그리고 미국은 생쥐나 원숭이를 가지고 실험을 한다.

그러나 동물을 태운 우주선 실험에서 동물들이 죽고, 안전에 대한 보장이 없는 상태에서 가가린은 우주선을 타고 지구 괘도를 올랐다가 무사히 귀환 한다는 것은 아주 힘든 일이었던 것으로 보여 진다. 그러나 이런 염려를 씻고 가가린은 무사히 돌아온다.

그는 공군 중위에서 소령으로 두 계급 특진하고, 전 세계에 영웅의 칭호를 가진 채 돌아다닌다. 소련과 미국이 이데올로기 대결을 하던 시절이었기에, 가가린은 소련이 미국보다 우월한 나라라는 것을 만방에 알리는 데에 아주 적합한 인물이었던 것이다.

가가린은 승승장구하여 공군대령이 되고, 계속 공군에서 비행기를 탄다. 그러다가 1968년 비행훈련 중 타고 있던 제트 훈련기가 추락하면서 불과 서른 네 살의 나이로 사망한다. 영웅의 죽음도 영웅다웠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세상은 일등만 기억해준다는 것이었다. 가가린 이후에 두 번째로 우주에 올라간 사람을 우리들은 모르고 있다.

2008년4월8일은 대한민국이 우주인을 배출한 날이다. 우주관광이 아니냐는 비난도 있었지만, 아무튼 오랜 기간의 훈련을 통과하고 당당히 우주로 가서 임무 수행을 무사히 끝내고 무사히 돌아온 이소연씨는 앞으로 한국의 우주시대에 일익을 담당하리라고 본다.

이 책 뒷부분에는 세계의 우주 개발 역사와 우리나라의 우주 개발 역사가 상세히 소개되어 있다. 올해 12월 전남 고흥 나로 우주센터에서 첫 국산 우주발사체 KSLV 1호가 과학위성을 싣고 성공적으로 발사된다고 한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9번째로 위성 발사국가가 된다. 그리고 10년 후면 우리나라는 세계 7개 우주강국이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10년 후에 우리들은 이소연씨와 함께 훈련을 받은 고산씨를 금방 잊어버릴 것이다. 세상은 이등을 기억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괜스레 고산씨에게 미안한 느낌이 든다.

[이동환 책전문기자 eehw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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