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일탈과 방황 그린 서정적 소설
청춘의 일탈과 방황 그린 서정적 소설
  • 북데일리
  • 승인 2008.04.01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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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지난해 일본에서 화제를 일으켰던 <한순간 바람이 되어라>(노블마인. 2008)를 쓴 사토 다카코의 초기 대표작이 출간됐다. <슬로모션>(노블마인. 2008)이 그것.

사토 다카코는 <서머타임>으로 제10회 월간 MOE 동화 대상을 수상하면서 등단한 작가다. 산케이 아동출판문화상, 일본아동문학자협회상, 로보노이시 문학상을 받았으며, <한순간 바람이 되어라>로 제28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 신인상과 제4회 서점대상 1위를 수상했다.

제목인 슬로모션은 소설의 주인공인 15세 소녀 가키모토 치사의 친구 오이카와의 특이한 행동을 빗댄 말이다. 오이카와는 학교의 대표 왕따로 모든 행동이 느린 아이. 하지만 그녀에게도 사랑이 찾아오는데, 상대는 치사의 22살 오빠다.

오토바이 사고로 한쪽 다리가 불편한 그는 하굣길에서 오이카와의 사진을 찍다가 그녀와 실랑이를 벌인 사건을 계기로 인연을 맺게 된다. 이후 아버지와의 불화로 집을 나간 오빠는 오이카와와 동거를 하며 만족스런 삶을 누린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아버지와 담임선생이 차례로 찾아오고 결국 둘은 위기를 맞게 된다. 헤어지기 싫어 도망을 치지만 오빠와 오이카와의 느린 걸음은 사태를 돌이키지 못한다.

작가는 이 짧은 에피소드를 서정적으로 그린다. 그녀에게 청춘의 일탈과 방황은 질타의 대상이 아닌 청춘의 순수한 불꽃이다. 다음은 소설의 하이라이트인 오빠와 오이카와의 도주 장면이다. 스쳐지나가는 풍경의 묘사가 눈길을 끈다.

“정신없이 달렸다. 거대한 주택단지 풍경은 복사본 같다. 잿빛 차도에 불그스름한 보도, 지붕을 얹은 작은 자전거 주차장, 주소가 표시된 가로등, 나지막한 돌담과 잔디 둔덕, 날씬하게 뻗어 올라간 종비나무, 철쭉 울타리, 건물 베란다에 환기팬과 빨래....... 반복되는 풍경.”

[이지영 기자 alla33@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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