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베스트셀러 약인가 `개살구`인가①
[토론] 베스트셀러 약인가 `개살구`인가①
  • 북데일리
  • 승인 2008.03.10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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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마토⑫]베스트셀러 약인가 `개살구`인가①

[북데일리] 베스트셀러시장이 다양해지고 있다. 자기계발, 소설, 지식, 예술 등 여러 분야의 책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것. 자기계발과 재테크가 대세를 이루던 종전의 시장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독자들의 취향은 점점 세분화 되고 있다.

이와 관련 책뉴스사이트 북데일리(http://www.whitepaper.co.kr)가 베스트셀러의 제 가치를 논하는 자리를 지난 3월 초 마련했다. “베스트셀러 = 양서”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숨은 책을 추천하자는 취지로 준비 된 난상토론이다. 2008년 2월의 베스트셀러에 대한 토론은 김민영, 구윤정, 김대욱, 구희진, 윤지은, 석지훈, 임흥재 7인의 기자가 패널로 참여 했다. 그 치열했던 현장을 정리한다.

하나, <시크릿> - 기이한 돌풍

구윤정 : <시크릿>(살림Biz)의 인기 비결은 군중심리에서 나온다. 베스트셀러라고 하니까, 왠지 나만 안 읽으면 뒤떨어 질 것 같은 기분. 그런 것 때문에 읽는 이들이 많다.

윤지은 : 동영상도 한 몫 했다. 2시간이 넘는데 꽤, 잘 만들었다. 보는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제작비도 많이 들였다. 이 동영상을 보고 책을 샀다는 사람을 여럿 봤다.

석지훈 : <시크릿>은 한마디로 `미드` 같은 책이다. 그저 한 시즌 보고 나면 그만인 느낌? 두 달 이상 책꽂이에 있을 책은 아니다. 좋은 책이라면 두고 보면서 곱씹어야 하는데 이 책은 그렇지 못하다. 특히, 했던 말을 반복하는 것 때문에 지루한 감도 있다.

구희진 : 동의한다. 같은 얘기를 반복해 독자들을 세뇌시킨다. 마이클 로지에의 <끌어당김의 법칙>과 상당히 비슷하다. 사실 내용이 거의 같다고 봐도 된다. 독창성이 없다는 것은 대중성을 갖췄다는 말과도 같다. 그런 점에서 인기를 끈 것 같다.

둘, <여자라면 힐러리처럼>- 근거 없는 설득?

구윤정 : <여자라면 힐러리처럼>(다산북스)은 힐러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독자들에게는 많은 정보가 될 책이다. 무엇보다 쉽고, 빠르게 읽힌다. 분량도 적어 부담이 없다. 눈에 들어오는 표지나, 강렬한 제목을 보면 기획을 아주 잘 한 것 같다.

윤지은 : 힐러리에 대한 다른 책은 번역서가 많고 다소 어려운 것이 많아서 이 책은 쉽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 문제는 믿을 수가 없다는 거다. 저자가 주장하는 이야기 대부분이 신뢰가 가지 않는다. 자신만의 생각으로 확대 해석한 부분이 많다.

김민영 : 이 책의 위험성은 바로 거기에 있다. 팩트(Fact)는 부실한 데 비해 저자의 주장이 너무 많아, 그것이 힐러리에 대한 ‘진짜 정보’처럼 보일 위험성이 높다. 특히 청소년들에게는 그렇게 다가갈 수 있다. 또, 문장이 너무 자극적이라는 것도 위험요소다. 힐러리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현실을 왜곡하고, 폄훼한 부분이 많다. 여성독자들의 심리를 자극하기 위한 장치다.

석지훈 : 맞다. 힐러리의 내면을 이야기 하는 부분이 많아 신뢰가 가질 않는다. 실제 자료는 약간 일 뿐, 대부분이 저자의 짐작과 주장이다. 생존하는 인물에 대한 글인만큼 더 신중했어야 하지 않나. 굳이 평하자면 위인전 수준의 책이다. 저자 소개 부분도 소설에 가깝다.

김민영 : 소개 부분은 지적할 만하다. 저자의 본 직업은 초등학교 교사인데, 그것 역시 책날개에는 노출하지 않고 본문에만 썼다. 대신 자기계발, 동기부여 전문가라는 측면을 강조했다. 물론, 저자의 이력 중 취사선택 할 수는 있다. 문제는 사실 검증이 불가능한 “최고의...” 라는 수식어를 쓴 대목이다. 광고성 멘트가 너무 짙다.

윤지은 : <시크릿>과 <여자라면 힐러리처럼> 같은 책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어쩌면 독자들이 그런 호소와 자극을 원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드라마에서 말하는 ‘통속성’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기도 한데, 무언가 보는 이의 감정을 건드리는 호소하는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셋, <마시멜로 두 번째 이야기> - 너무 얇은 책

구희진 : 이런 류의 책을 읽는 이유는 간략하고 쉬운 메시지 때문이다. 복잡한 일상에서 건져 올리기 어려운 단순한 진리를 깨닫게 한다. 읽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책이라고 할까.

김대욱 : 대리 번역 파동으로 이전 책은 논란이 일었다. 그런데 오히려 이번 <마시멜로 두 번째 이야기> (한국경제신문) 인기는 이전 보다 더 큰 것 같다.

김민영 : 대리 번역 사건이 오히려 인지도를 높이는 데 득이 됐을 거다.

구희진 : 그렇다. 요즘 인기 끄는 책을 보면 그 자체만으로 베스트셀러가 되기는 쉽지 않다. <시크릿>도 ‘오프라 윈프리’라는 거대한 인기 요소가 있지 않았나. 스타든 뭐든 다른 요소가 개입 되어야 인기를 끈다.

석지훈 : 이번 책은 저자가 블로그에 올린 내용을 출간한 것이다. 그런데, 별로 읽을 만한 내용이 없다. 특히 삽화가 많아서 본문 텍스트 분량이 너무 작다. 이런 식의 자기계발서가 인기를 끄는 것은 사람들이 쉬운 책만 선호하기 때문이다. 베스트셀러는 곧 쉬운 책이지, 결코 좋은 책이라고 볼 수 없다.

②편으로 이어집니다.

(사진 - 김대욱 기자)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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