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쌤의논술돕는책] 부러워라, 세종의 리더십
[신쌤의논술돕는책] 부러워라, 세종의 리더십
  • 북데일리
  • 승인 2008.02.22 09: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북데일리] 대학에서도 리더십이 각광받는 시대다. 수시에서 대학들은 리더십 전형을 늘릴 예정이다. 성적은 떨어지더라도 학생회장 등의 경험을 통해 리더십을 쌓았던 학생들을 우대하겠다는 뜻이다.

논술 시험에서도 리더십이라는 주제는 상종가를 치고 있다. 인하대학교 2008 정시 논술고사는 서번트 리더십과 전통적 리더십의 차이를 물었다. 서번트 리더십과 전통적 리더십 가운데 어느 쪽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지 글의 전개과정에서 논거와 함께 분명하게 드러내야 했다.

전통적 리더십은, 카리스마형 지도자가 결정하고 조직원은 이를 따르는 형태의 리더십이다. 반면 서번트 리더십은, 리더가 조직원의 말을 듣고 협의를 통해 결정을 내리는 리더십이다. 전자가 말하는 리더십이라면 후자는 듣는 리더십이다. 말하는 리더십의 성공적인 사례는 우리 역사에서 정조가 있다. 듣는 리더십 하면 떠오르는 인물, 바로 세종이다. 이한의 <나는 조선이다>(청아. 2007)를 읽고 다양한 생각을 해봤다.

세종은 이름 앞에 성군이나 대왕이 자연스럽게 붙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1만 원 권 지폐에 초상화가 그려진 가장 위대한 위인이지만 그의 리더십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 책은 세종의 리더십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세종의 리더십은 어떤 특징이 있었을까?

가장 큰 특징은 인재를 보는 눈을 갖췄다는 점이다. 오직 능력만 보고 인재를 적절히 활용할 줄 알았다. 발안은 자신이 하고 계획을 추진하되, 그 분야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고 일단 맡기면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또 한 가지 특징은 남의 말을 들을 줄 알았다는 것. 세종 시기는 군주가 전제정치를 편 시기라기보다는 민주정치의 시대라고 볼 수 있는데 예를 들면 새로운 세금 제도의 실시를 위해 세종은 9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여론조사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주요 정책을 집행하기 전에 대토론회를 수시로 개최했다고 한다. 세종은 한 번 잡은 책은 100번씩 읽을 정도로 다독과 정독의 대가였다. 그의 아버지 태종이 그의 걱정을 우려해 환관을 시켜 책을 모두 빼앗았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다.

그를 성군으로 만든 대표적인 자질은 독서와 토론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한 마디 덧붙이면 세종은 정말 머리가 좋은 사람이었다. 세종 스스로 한 번 보면 모든 걸 외운다고 말한 적이 있었고, 수많은 신하들의 이름, 내력, 가문 등등을 모두 외워두어 설령 몇 년 보지 못했더라도 한 번 보면 곧장 기억해냈다고 한다.

리더십은 권력이고 신하와 백성들을 장악하는 능력이기도 하다. 때에 따라서는 무서워야 한다. 똑똑하고 마음 좋고 너그러움을 갖추었어도 신하가 만만하게 본다면 리더십은 절대로 오래 갈 수 없다. 세종은 이때 독심술의 힘을 빌렸다. 언제나 신하들의 속내를 잘 꿰어보고, 대의명분을 적절하게 이용하면서 신하와의 토론에서 승리를 거두는 경우가 많았다. 성군이면서 동시에 능수능란한 정치가이기도 한 것이다.

세종이 신하들을 압도한 이유는 그의 지력 덕분이기도 했는데 그의 관심은 학문, 정치, 군사, 예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뻗어 있었고, 엄청난 독서로 이런 관심에 살을 붙여 지식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개인적인 관심을 나라의 일에 적용시켜 제도로 정착시키고 실용화하는 수준까지 이끌어냄으로써 국민이 편해진 것이다.

요즘도 마찬가지다. 똑똑하고 일 욕심 많은 리더를 만나면 직원들은 괴로울지 모르지만 고객들은 최대만족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세종과 리더십을 연결시키려는 시도 이면에는 정권 교체기에 새로운 정권에 대한 기대감 같은 게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참여 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독선과 국민과 소통을 위한 노력 부재 등을 꼽고 있는데, 아마 국민들은 새로운 대통령은 국민의 말을 듣는 임금이기를 바라고 있고 그에게서 세종대왕의 모습을 기대하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대운하, 영어몰입교육 등을 반대를 무릎 쓰고 추진하려는 새 정부에게 세종의 서번트 리더십은 지나친 기대가 아닐까?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