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윤희의 연애잔혹사]④ 방귀가 연애에 미치는 영향
[고윤희의 연애잔혹사]④ 방귀가 연애에 미치는 영향
  • 북데일리
  • 승인 2008.02.15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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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정말 미묘하고 미세하고 민감하고 민망하고 웃기기까지 한 문제인데, 절대 밖으로 끄집어내어 문제 삼을 수 없는 문제들이 우리의 인생에는 꽤 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이 문제가 아닌 듯싶다.

‘연애하면서 방귀를 트는 시점!’ 여러분들 중에는 창피하다고 고개를 돌리거나, 민망하다며 화를 낼 수도 있는 문제지만 예상 외로 연인들 사이에 꽤 중요한 문제라는 건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

평생 동안 자기 아내의 방귀 소리를 한 번도 듣지 않고 사는 남편도 있다. 불행하다고 해야 할지, 운이 좋은 남자라 해야 할지. 방귀도 여자의 섹스만큼 은폐적이고 노출되어 있지 않은 분야다.

하지만 섹스를 안 하는 척 하고 사는 여자는 있어도 안 하고 사는 여자는 없듯 방귀도 마찬가지. 방귀 안 뀌는 여자가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그런 분 아시면 연락 해 달라. 국제 장 문제 연구소에 제보하게.

그렇담, 이 여자들은 어떤 내숭으로 방귀를 감추며 연애를 할까?

그것보다 아무 때나 함부로 방귀를 뀌는 여성들부터 얘기해야겠다. 길게 말할 필요도 없다. 무식해 보이고 아줌마 같다. 연애를 아예 포기한 거라면 몰라도 방귀는 남자 앞에서 합의 없이 소리 내어 뀌지 않는 게 좋다.

섹스에 문란한 여자를 이해하는 남자는 봤어도 방귀에 개방적인 여자를 용서하는 남자는 아직까지 못 만나 봤다. 대부분의 여자들은 연인 앞에서 꾹 참는 게 연애의 상도다. 그런데 연인끼리 단둘이 떠나는 오붓한 여행(특히 긴 여행)에서 이 방귀 문제가 때때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Y는 아무리 사랑해도 남자와 절대 여행을 가지 않는 여자인데 그 이유인 즉슨, 20대의 초반에 한 번 여행을 갔다가 방귀 문제 때문에 병원까지 실려 갈 뻔한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Y는 누가 봐도 화장실도 안 갈법한 청순미녀인데 유독 예민한 장을 타고 났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보다 유난히 방귀도 많이 뀌고 화장실도 자주 다니는 편이다. 배출을 많이 해서일까? Y는 피부가 유난히 매끄럽고 고왔다. 남자친구와 바닷가의 그림 같은 민박집에서 2박 3일을 보내게 되었는데 이 남자친구가 Y를 너무 좋아해서 잠시도 곁에서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해변가의 간이 화장실에 가려고 해도 간이 화장실 문 옆에 딱 달라붙어서 떠날 줄을 모르고 민박집 화장실에서도 그녀가 일만 보려고 하면 문 옆에 딱 달라붙어 있었다.

그녀는 유난히 방귀소리가 컸는데 남자친구가 들을까봐 신경이 쓰여서 도저히 일을 볼 수가 없었다. 방귀가 터질까봐 그녀는 섹스하려는 그를 발로 차내었다. 하루가 지나자 그녀의 얼굴이 노랗게 변했고 바닷가 특식인 전복죽도 먹지 못했다.

아무 것도 먹지도 못하고 얼굴이 노랗게 핏기가 없어져가니 남자친구는 더 그녀 옆에서 떠나지를 못했다. 어디가 아픈지 물어봐도 그녀는 대답할 수가 없었다. 방귀 한 방 시원하게 뀌면 모든 게 해결될 텐데…. 참았다가 몰아쳐서 뀌면 방이 날아갈 정도로 “뻥~”하고 나와 버릴게 뻔하다.

그녀는 죽을지언정 자신의 청순한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싶지 않아 참고 참았다. 대장 안에서 지진이 나는 것 같은 고통이 엄습해오고 이젠 살이 떨리고 온 몸에 오한까지 들기 시작했다. 그녀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한 여름 뙤약볕에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장독 같은 자신의 배를 움켜쥐고 간신히 비틀비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녀의 남자친구가 또 막아섰다.

“어디가?”

“어 잠깐 나 혼자 밖에 좀 나갔다 올게.”

“같이 가. 너 몸도 안 좋잖아.”

“아냐. 혼자……”

그녀는 말을 다 못 마치고 기절을 했다. 119 구급차 이동식 들것에 옮겨지며 그녀의 몸에서 “뻥~!” 하는 소리와 함께 가스가 터져 나왔다. 냄새 또한 고약했다. 그녀의 의식이 돌아오기 시작했지만 주변에 있는 119 대원들은 그녀의 방귀 냄새에 기절할 직전이었다.

당황한 그녀가 다리를 움찔하는 순간 연이어 또 “뿡!”하는 굉음이 울렸다. 남자친구는 도저히 믿겨지지 않는 표정으로 얼이 나가 그녀의 엉덩이와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여자의 방귀를 절대 이해하지 못하는 남자들이 있는데, 그러다 정말 사람 하나 보낼 수도 있다. 어쩌다 같이 남자친구의 방 안에서 개그콘서트 같은 TV프로를 보며 웃다가 “뽕~” 하고 자기도 모르게 방귀가 나와 버리는 시점이 있다. 그럴 때는 서로 방귀에 대해 터줘야 한다.

“어? 너 방귀 뀌었냐. 하하하~!” 하고 그 자리에서 방귀 시인식을 해줘야 한다. 그럼 그 다음엔 서로 자연스레 방귀를 트게 되어있고 둘 사이는 더욱 친밀해진다. 이때 배려심 깊은 연인인 경우, 애인이 무안해 할까봐 자기는 더 크게 뀌어주는 남자도 있다. 서로의 치부를 인정하고 드러내면 사랑도 오래가고 서로간의 믿음이 생긴다.

그런데 실수로 연인이 방귀를 뀌었는데 모른 척 씹고 얼른 다른 화제로 돌리거나 얼굴이 굳어 딴 짓을 하는 연인들이 있다. 그러면 방귀를 뀐 상대가 얼마나 더 민망하고 무안하겠는가? 그 시점에선 아무 일 없듯 넘어 갈 수 있어도 아마도 집에 가서 밤에 잠을 못 자고 밤새도록 그 장면을 회상하면 자의식에 빠져 괴로워할 것이다.

내가 들은 가장 아름다운 방귀를 트는 시점에 관한 에피소드는 섹스 중에 방귀를 뀐 한 여자의 이야기인데, 서로 막 한 눈에 반해 서로의 몸에 대한 환타지와 섹스에 열중하던 시기에 여자가 그만 남자의 몸무게를 못 견디고 방귀를 뀌고 말았다.

남자 왈, “방금 내 허벅지가 아주 센 바람을 맞았는데, 허벅지에 누가 총 쏘는 줄 알았다. 내 다리 날라 가는 줄 알았네. 설마 니 방귀냐?”

여자는 너무 창피해서 남자가 안 들었겠거니 하고 모른 척 넘어가려고 했는데 남자가 하던 섹스를 잠시 멈추고는 아주 유머스러운 방귀 시인식을 해주었다. 창피해하는 그녀를 그는 아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유머를 날리다가 다시 뜨겁게 섹스에 몰입했다. 그 뒤로 남자에게 몸은 열었지 마음은 절대 열지 않던 그녀가 처음으로 그에게 마음을 열게 되었다고 한다.

연인 사이에 방귀를 트게 되는 시점은 계기가 중요하다. 그런 계기를 일부러 마련하라는 게 아니라 생리적인 현상을 다 까발려 보이게 되는 어느 날 그 순간, 서로를 당황케 하는 어색한 분위기는 지양하자는 거다. 연인 사이야말로 볼 것 못 볼 것 다 봐야 사랑의 깊이도 생기고 희생도, 배려도, 이해도 가능하고 그런 거 아닌가.

평생 동안 아내의 방귀소리를 한 번도 듣지 않은 남편은 그만큼 아내가 남편에게 마음을 열지 못한 증거이기도 하다. 어떠한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연인의 방귀를 만나게 되어도 절대 당황하거나 노여워하거나 모른 척 덮지 말라! ‘방귀 시인식!’ 연인 간에 겪으면 좋을 연애 심화 과정 중 하나로 적극 추천한다.

( 사진 - 영화 ‘6년째 연애중’ 스틸 컷 )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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