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윤희의연애잔혹사]③ 여자, 들이대면 손해본다?
[고윤희의연애잔혹사]③ 여자, 들이대면 손해본다?
  • 북데일리
  • 승인 2008.02.12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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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뭐니뭐니해도 남자의 매력은 태곳적부터 ‘무식한 들이댐’에 있다. 끝까지 밀어붙여 여자를 쟁취하는 돌쇠 기질이 없는 미끈한 댄디보이만큼 재수 없는 남자도 드물다.

가끔씩 파티나 공개석상에서 고급스런 브랜드의 옷을 빼입고 부티 나고 세련된 샌들 밑으로 쭉 삐져나온 하얀 발가락을 흔들거리며 여자에게 관심 없다는 듯 냉소적 표정을 짓고 쿨하게 보이려 애쓰는 남자들을 보면 한 대 갈겨주고 싶은 게 사실이다.

여자에게 잘 들이대는 남자만큼 귀여우면서 박력까지 있어 보이는 남자는 없다. 많은 남성들이 이 글을 읽는다면 그딴 게 왜 필요하냐고 화를 내겠지만,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는 이 들이댐의 기술을 알고 싶어 안달할 것이다.

남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여자에게 들이댔다가 까여서 모욕감을 느끼거나 개망신 당한 기억이 있을 테니까. 제 아무리 쿨한 남자도 이런 상황에서 쪽팔리지 않을 수 없으니까. 단 한 번도 여자에게 들이댄 기억이 없는 남자라면 여자의 입장에서 볼 때 말이 필요 없는 재수 원단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여기서 ‘들이댐의 기술’ 강좌 들어간다.

들이댈 때 제일 중요한 것은 호기심 자극이다. 여자로 하여금 ‘저 남자 어떤 사람이지?’라는 호기심을 끌어내는 정도로만 살짝 들이대도록 한다. 그런 다음 여자의 호기심을 둘 사이를 이어주는 끈이라고 생각하고 작업을 진행하면 된다. 끈을 너무 당기면 여자가 놀랄 것이고, 아예 놓아버리면 여자는 사라져버릴 것이다.

상대의 동태를 파악하면서 확 당겨주는 게 좋은지,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는 게 좋은지를 결정하라! 내가 당신에게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를 어필해라! 이후, 그 여자의 취향을 파악해서 미끼를 던지는 것쯤은 각자 알아서 시행하라! 이것까지 공부해서 알려주기엔 내 시간도, 이 칼럼의 분량도 턱 없이 모자란다.

가장 안 좋은 자세가 솔직함이다. “나는 너를 좋아하니 사귀고 싶다. 결혼도 하자.” 상대방의 마음이나 상태도 간파하기 전에 대다수 남자들이 이런 식으로 들이댄다. 대다수 여자들은 이렇게 느낀다. ‘아우~ 재미없어. 호기심 급감.’

상대가 뭘 제일 좋아하는 지를 먼저 간파하라! 그러고 나서 그걸 은근슬쩍 내밀어봐라. 상대가 덥썩 잡으면 모르는 척 넘어가 사귀는 거고, 상대가 거부하는 것 같으면 바로 돌아서서 얼른 다른 카드를 준비하라. 연연하는 모습은 금물! 상대방이 먼젓번 거절한 것에 아쉬움을 보이며 다시 붙잡고 싶은 태도를 보여도 그건 이미 물 건너갔다는 걸 보여줘라. 아쉬움이 생기면 그 다음 것을 붙잡을 확률이 그만큼 높아지므로….

박력 있게 들이대되 매달리거나 칭얼거리거나 치대지 말라! 제발 상대가 ‘NO!’ 했는데도 좋으면서 싫은 척한다고 착각하지 말라. 남자들의 가장 큰 착각은 여자들의 ‘NO!’를 대할 때 나타난다. 속으로 좋으면서 저러겠지 하는 착각 말이다. 정말 정떨어지는 생각이 아닐 수 없다. 그런 태도야말로 여자들을 피곤하게 한다. 여자들은 싫을 때 ‘NO!’ 하고, 좋을 때 ‘YES!’ 한다. 이것도 명심하라!

‘들이댐의 기술’ 응용편! 자기 자신이 좋아하고 원하는 것을 들이대지 말고 상대가 좋아하는 걸 들이대라는 것이다. 장사로 생각하면 쉽다. 나는 파는 사람이고 상대는 사는 사람으로 생각하면 된다. 상대가 살 만한 걸 디밀어야지 팔리지, 자기가 팔고 싶은 것만 내밀면 장사가 될 리 없다. 뻔한 격언 하나 쓰자!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다.

근데 이 들이댐이라는 게 자칫 잘못하면 삑사리가 나서 안 하니만 못하게 되나니, 남자분들 머리 좀 아프시겠다. 특히 들이댐과 어리광을 구별하지 못하는 남자분들 때문에 여러 여자 고생한다. 엄마한테 하듯이 어리광을 부리며 할 말 안 할 말 다 하고 생떼까지 쓰는 남자들은 그 순간 바로 까일 것을 각오하시라.

‘들이댐’은 곧 ‘내 맘대로 땡깡’이라고 해석하고 착각하는 남자들이여, 그건 절대 오해랍니다. 태도는 귀엽게 어리광 부리는 것처럼 보일지언정 절대로 찡찡대시면 안 됩니다. 들이댐의 기술은 상당히 복잡하고 미묘한 구석이 있어서 타깃 하는 여자의 눈치를 잘 봐서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성공한다.

내가 알고 지내는 마흔이 다 되어가는 노총각 한 분은 단순한 친구 사이일 뿐인데도 글을 쓰느라 전화를 꺼놓고 있으면 며칠 동안 전화가 연결될 때까지 수백 통 전화를 해댄다. 그래도 연결이 안 되면 내 아는 친구들에게 모조리 연락을 해서 나를 찾고, 심지어 여기저기 이 잡듯 뒤지고 다닌다. 나는 나를 좋아해서 하는 행동인가 하고 생각했었으나 그의 성격에서 비롯된 습관적 행동일 뿐이라니, 그 분 물론 애인 없으시고, 앞으로도 여자 사귀기 힘들 것 같으시다.

마무리로 들이댐의 기술을 잘 활용해 내 여자로 만든 뒤의 전략도 숙지하도록! 사귀기 전에 그렇게 들이대던 남자가 너무 들이대지 않아서 끝나는 경우도 많이 봤다. 특히 싸우고 나서는 남자가 좀 들이대 줘야 한다. 서로 감정이 상하고 크게 싸웠는데, 전화 한 통 안하거나 전화 한 번 하고 나서 안 받는다고 그냥 포기하고 안하는 남자, 여자는 바로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 바로 삐진다.

들이댐의 기술에 대해 더 열거하고 싶지만 남자들이 “뭐야 이거? 장난하냐? 어쩌라구? 들이대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젠장, 야! 다 관둬!”하고 시위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관둬야겠다.

그러면서 “왜 여자들은 안 들이대고 남자들만 피곤하게 ‘들이댐의 기술’을 익히라는 거냐?”하고 따진다면, 그건 명확하게 설명드릴 수 있겠다. ‘여자’라는 종족의 특성상 들이대는 것보다 안 들이대는 게, 오히려 더 멀리 도망가고, 더 튕기는 게 남자를 꼬시는 데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여자도 들이대는 기술을 발휘하고 싶다면 남자보다 훨씬 더 복잡한 고도의 기술과 심리전이 필요하다는 점만 명심해라. 게다가 남자는 연애에 있어서 후천적 기술과 경험이 중요한 반면 여자는 타고난 끼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여자는 따로 가르칠 기술이 없다. 결국 본능적으로 연애를 잘 하게 타고 난 여자들이 최고의 권력자인 거다. 그녀들은 기술이 아니라 본능만으로 남자를 다루기 때문이다.

물론 여자의 입술 한 번으로도 충분히 수를 둘 수 있겠지만 자칫하다간 여자의 인생 전부를 걸어야 하는 위험한 승부수가 될 수도 있다. 몸으로 들이대는 여자들이 제일 멍청하다. 몸을 들이대는 여자에게 안 넘어갈 남자는 없다. 하지만 몸만 받지 마음까지 넘어오는 남자는 별로 없다. 몸을 움직이지 않고 남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여자가 최고의 연애 기술을 가진 여자다.

아무튼 여자들은 최대한 들이대지 않는 게 유리하다.

(사진 - 영화 ‘올드미스다이어리’의 한 장면. 주인공 미자는 마음에 들어온 남자 지 PD에게 끊임없이 대쉬하며 시행착오를 거듭한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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