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워라 앙증맞은 설빔
반가워라 앙증맞은 설빔
  • 북데일리
  • 승인 2008.01.08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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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서리 발 앉은 새벽공기. 홀로 일어나 설레던 아침. 기억하시나요? 설날 아침 말이에요. 세배 돈 받을 생각에 며칠 전 부터 손꼽아 보던 그 날. 겨우내 두터운 이불 속으로 한 없이 기어들어갔지만 이 날만은 다릅니다. 특별한 날이니까요.

새해 첫 날. 두근거리는 이유가 단지 두툼한 세배 돈 때문일까요? 아니죠. 이 날은 아주 특별한 옷을 입어볼 수 있잖아요. 한복 말이에요.

한복은 어린 마음에도 참 매력적인 옷입니다. 단지 일상복과 다르기 때문만은 아닐 것 입니다. 요즘은 할로윈데이나 크리스마스, 혹은 코스프레 등 일상복이 아닌 옷을 입어볼 기회가 종종 있으니까요.

한복디자이너 이영희씨가 `바람의 옷`이라 칭한다는 우리의 옷 한복. 도대체 어떤 매력이 숨어있을까요? 궁금하던 차에 아주 반가운 책을 발견했습니다. <설빔>(2006. 사계절)입니다.

<설빔>이 특별한 이유는 단지 우리 옷을 다뤘기 때문은 아닙니다. 새해 첫 날을 맞는 설레임. 다홍색 비단치마, 색동저고리, 배자, 까치두루마기, 전복. 설빔을 입는 두근거림이 그대로 담겨있기 때문이죠.

게다가 겹겹이 챙겨 입어야 하는 한복을 아이 혼자 입어가는 과정을 그려 절로 미소 짓게 됩니다. 그 빈번한 실수 속에서 제대로 우리 옷 입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것은 물론이지요.

<설빔>은 `여자아이 고운 옷`과 `남자아이 멋진 옷` 두 권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딸을 위한 책은 다홍치마가 아름답게 펼쳐집니다. 다홍치마가 돋보이도록 다른 색을 절제한 점이 돋보입니다. 다홍치마 차려입고, 버선 신다 뒤로 발라당 넘어지고, 알록달록 꽃 수놓은 색동저고리에 자주 고름까지 매듭지으면 작은 꼬마는 어느새 선녀가 됩니다.

개구쟁이 아들은 또 어떤가요? 꽃수 놓은 솜버선 보며 발등에 꽃이 앉았다 좋아하기도 하고, 한 사람이 더 들어가도 넉넉할 큰 바지가 훌러덩 내려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고리에 배자, 까치두루마기에 호건까지 쓰니 제법 늠름한 도령의 모습이 나오네요.

어렵사리 설빔을 다 입었으니 이제 복을 받으러 가볼까요? 아! 정말 반가운 손님입니다.

"우와! 눈이다!"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까지 흐뭇함이 떠나지 않는 <설빔>. 이 매력적인 책의 일등공신은 뭐니뭐니해도 멋진 일러스트입니다. 작가 배현주의 첫 작품인 <설빔>은 그녀에게 `한국 어린이 도서상`을 안겨주었습니다.?

절제된 색상과 정갈한 여백. 곳곳에 스민 아름다운 패턴은 자연스레 한복의 매력이 배어나게 합니다. 거기에 더하여 긴장감을 놓지 않고 날렵하게 떨어지는 캐릭터의 눈매가 더욱 매력적이죠. 한국의 아름다움과 현대인의 취향에 맞는 감각적인 선. 이 모든 것의 조화가 멋진 작품을 탄생시킨 것 같습니다.

서투른 아이의 손을 빌려 어른도 챙기기 힘든 한복을 꼼꼼히 챙겨 입히는 <설빔>. 책의 말미에는 한복에 대해 차분히 살펴볼 수 있도록 배려되어 있습니다. 이제 올해 설빔 챙겨 입는 것은 문제없으시겠죠?

`남자아이 고운 옷`에서만 만날 수 있는 온 가족의 설빔차림새. 그 정겨운 모습에 어쩐지 눈물이 핑 돕니다. 이런 잔상은 같은 뿌리를 가진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거겠죠?

자연의 색이 겹겹이 펼쳐진 신비하고 아름다운 옷 한복. 그 독특한 멋을 깔끔하게 그려 낸 <설빔>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싶습니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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