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여는 최신 SF 문학
21세기를 여는 최신 SF 문학
  • 북데일리
  • 승인 2007.12.24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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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SF문학은 미래에 대한 전망이 주를 이룬다. 50년대 고전SF 작가들에게 있어서 21세기는 어떤 의미였을까? 그때도 미래에 대한 불안한 전망은 있었겠지만 대다수의 작가들은 희망에 찬 시선을 내비쳤다.

2차 세계대전과 냉전시대를 겪은 인류가 그들의 잘못된 과거역사 대신 과학의 발전으로 인한 문명의 발전과 성숙한 인류로의 진화로 이행하리라고 기대한 것은 불가능한 바람은 아니었다. 그로부터 50년이 시간이 흘렀고 이제 새로운 세대의 SF작가들은 21세기를 살아가야 하는 인류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고 있을까?

여기에 대한 대답은 <세상의 생일 - 21세기 SF 도서관 1>(시공사. 2003)에서 7명의 작가들에 의해 상세하게 묘사된다. 주목할 점은 작가들의 시각이 예전보다 훨씬 음울하고 어두워 졌다는 점.

그 중 흥미 있는 몇몇 작품들 찰스 스트로스항체(Antibodies), 어슐러 르 권세상의 생일(The Birthday of the World), 낸시 크레스구세주(Savior), 앨버트 코드리크럭스(Crux)를 간략히 설명하고자 한다.

위대하고 선한 부류에 속하는 사람들이 암살당하면, 모든 이들이 그들이 어디에 살았고 무슨 일을 했는지 기억해 준다. 그 당시의 일을 기억할 수 있을 정도로 나이가 들었다고 한다면 말이지만 간디, 교황, 대처와 같이 역사를 알록달록 수놓은 인물들은 우리의 뇌리에도 깊이 박혀 있다. 정치인을 살해할 수는 있어도 그 사상은 보통 살아남는다. 그 사상은 나름대로 생명을 지니고 있다. 그렇다고 한다면, 수학자들의 사상은 얼마나 더 위험한 것인가?

항체 – 찰스 스트로스

스트로스에게 세상의 멸망은 사소한 일로부터 시작한다. 오랜 세월동안 수학자들이 그토록 풀고자 염원했던 NP 완성문제를 누군가가 풀었고 그것을 웹에 게시한 순간 세상은 혼란에 빠져든다. 그것은 인터넷상의 모든 암호체계를 무력화시키고, 기계에 의한 인간의 지배를 가능하게 한다. 엄청나게 발전된 컴퓨터에 비해 인간의 지능이란 너무나 무력하다.

몇몇의 사람들은 기계의 지배에 대항할 수 있는 항체를 가지고 있지만 그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수학자들은 평생을 바쳐 아직 풀리지 않은 문제들을 풀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그들의 노력의 결과가 세상의 멸망이라면 우리는 누구를 탓해야 할까. 과학의 발전이란 그 스스로 의도하지 않아도 멸망에 이르게 하는 속성을 그 내부에 지니고 있다고 이해해야 할까. 그렇다면 이 세상은 너무나 부조리하다.

신 없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끝내 배우지 못했다. 아예 없는 것보다는 거짓된 신을 갖고자 했다. 여러 해 동안, 비록 지금은 드문 일이 되었지만, 사람들이 치믈루로 올라와서 타주와 내게 도시로 내려와서 신이 되어달라고 간청하곤 했다. 세상의 생일 – 어슐러 르 권

우리 시대의 가장 뛰어난 작가 중 하나인 르 권은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신들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어리석음을 생생히 드러낸다. 여기서의 신들은 그리스 신화처럼, 인간과 똑같이 결혼하고 애기를 낳고 전쟁을 하고 죽음을 맞는다. 인간들에 의해 신이 된 존재는 죽을 때까지 신으로서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여기 그들만의 의식으로 신이 된 한 여자가 있다. 그러나 신이 되고자 하는 오빠에 의해 납치를 당하고, 겨우 풀려난 후 성으로 피신을 한다. 반란군에 의해 성이 함락될 위기에 처하게 되지만 여신은 아무런 힘이 없다.

이때 예언에서 말하는 진짜 신들이 찾아온다. 인간들은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일이 닥칠 때 신을 찾게 된다. 도와주소서! 하지만 그런 기원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언제나 신에게 의존하는 인간이 스스로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진짜 신이 나타나고 나서 여신은 스스로 인간이 되고자 한다. 평범한 여자로서 이제 그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런대도 여전히 그녀를 찾아 헤매는 어리석은 인간들,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그들에게 진정한 구원은 찾아오지 않는다.

그렇다 너무 늦은 것이다. 3세기에 걸쳐 인류의 파멸과 회복을 목격해 온 우주 알이 이미 AI를 구원해 냈다. 그리고 아마 계속 그렇게 할 것이다. 몇 번이고 계속, 반복적으로, 필요할 때마다. 그 자신을 구원하기 위해서. 그러나 인류를 구원하진 않을 거다. 인류는 이미 난장판이고, 낭비적이고, 완고하고, 비효율적이고, 탄력적인 능력으로 자신을 구원하는 사례를 충분히 보여주었다. 구세주 – 낸시 크레스

지적이고 상상력 넘치는 SF 작가 크레스는 구원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2007년 어느 날 하늘에서 정체불명의 알이 떨어진다. 세계는 지적생명체에 대한 호기심으로 알을 연구하려고 하지만 방어막이 쳐져 있어서 접근조차 할 수 없다.

과연 어디서 보내진 것일까? 왜 지구에 왔을까? 수많은 가능성들이 나왔지만 진실은 알 수 없다. 그러다 인류는 환경오염이 가져온 내분비 호르몬으로 인해 대몰락을 겪게 되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지적 능력이 퇴화해 버린다. 하지만 인류는 남아있던 과학지식으로 다시 예전의 과학문명을 건설한다.

유전자 변형을 통해 외모를 변화시키고, 지능을 향상시킨다. 288년 동안 알은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사람들은 알이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저 머나먼 우주에서 보내진 것이라고 믿는다. 자신들이 힘들 때는 알에 관심을 갖고 의지를 하지만, 발전된 과학문명으로 위기를 벗어나면 거짓말처럼 알의 존재를 잊어버린다. 인류가 구세주를 대하는 태도는 항상 이런 식이다.

어쩌면 인류에게는 구세주가 필요 없을지도 모르겠다. 인류에게 있어 구세주는 바로 그들을 멸망시켰던 첨단 과학문명일지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양자컴퓨터로 만들어진 인공지능 AI 를 그들의 행성으로 보낸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알은 스스로를 파괴하는 인류로부터 그들과 닮은 텐샤(인공지능)를 구원하기 위해 보내진 것이니까.

전 세계적 파괴의 위험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은 없어 보였다. 스테프는 머리를 흔들었다. 곧 끝이 닥쳐올 이 세계의 일상성이 경이로웠다. 그는 곧 재와 먼지가 되어버릴 이 사람들을 헤치며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들의 확고함과 앞으로도 오랫동안 존재할 것이란 명백한 확신에 대해 놀라워했다. 크럭스 – 앨버트 코드리

코드리는 멸망 이후의 세계에 관심이 많아 보인다. 2091년 인류는 핵전쟁으로 120억의 사람이 사라지고,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 지배된다. 그리고 Crux 라고 하는 비밀단체가 웜홀러라는 장치로 과거로 돌아가 120억의 인류를 구원하려고 한다.

그렇게 하면 자신들의 존재가 사라질 거라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Crux 에 속해있는 드예바는 웜홀러를 통해 2091년으로 가게 된다. 지금의 현실이 아무리 음울하고 어둡다고 해도 전혀 아무 상관도 없는 과거의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현실을 지워버린다는 사고방식이 가능한 걸까?

드예바는 그녀에게 절망을 안겨주는 삶의 고통을 잊어버리기 위해, 너무나 사랑하는 문명을 복구시키기 위해 Crux 에 가입한다. Crux는 라틴어로 결정적인 지점이라는 뜻이다. 그녀는 인류를 파멸시킨 결정적인 지점 2091년으로 떠나지만 세상을 구원하지 못한다. 신은 인류를 멸망시키기로 작정한 것으로 보인다.

모든 것이 끝났고, 난 그걸 알고 있다. 이 세계는 마치 신이 보호하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굳건하다. 하지만 이런 세계를 보호하는 신이란 도대체 어떤 종류의 신이란 말인가? 음, 글쎄다. 우린 어차피 구제불능의 세계에 살고 있단다. 크럭스 – 앨버트 코드리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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