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사다리 타고 마법여행
비밀 사다리 타고 마법여행
  • 북데일리
  • 승인 2007.12.17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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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다락방에서 시간을 보내보신 적 있나요? 운 좋게도 저에게는 그런 추억이 있습니다. 좁은 사다리를 올라 도착한 작고 아늑한 공간. 유난히 낮은 천장은 왜 그렇게 재미났던 걸까요?

이미 20년도 더 된 기억이지만 전 아직도 그 때의 느낌을 생생히 기억합니다. 뭔지 모를 비밀스러운 느낌. 매일 생활하는 세상과는 다른 4차원 세계에 머무는 듯한 묘한 기분.

다락방에 대한 애정 탓인지도 모르지만 샬롯 브론테의 <제인에어>에서 유독 맘에 남는 잔면이 있습니다. 바로 밖으로 돌출된 창문과 커튼 사이에 숨어 책을 보던 어린 제인에어의 모습이랍니다.

우리 아이들은 어떤가요? 천장이 낮은 지붕차를 좋아하고, 자신의 사이즈에 맞는 놀이집을 좋아하고, 냉장고박스라도 보이면 사정없이 기어들어가지 않나요?

말이 나온 김에 그런 귀여운 악동들이 빠져들 만한 책을 만나볼 참입니다. 제목부터 끌리는 <비밀의 다락방>(2007. 비룡소)입니다.

요즘의 어느 집이나 그렇듯 주인공에겐 장난감이 아주 많습니다. 하지만 이제 막 싫증 난 참이죠. 뭐 재밌는 일이 없을까요?

심심한 소년은 사다리를 타고 다락방에 오릅니다. 텅 빈 다락방. 아무도 없나? 그럴리가요.

처음에는 생쥐가족을 만납니다. 그 다음에는 벌레마을을 지납니다. 거미를 만나서 함께 거미집도 만들지요.

이제 이 특별한 여행에 재미가 붙어 창문도 열어봅니다. 하나의 창문을 여니 다른 창문도 모두 열리기 시작하네요. 창문이 열렸으니 이제 날아오를 차례겠죠? 비행기처럼 오래 된 기구를 타고 훨훨 날아봅니다.

한참을 날아 어딘지 모를 곳에 다다른 소년은 친구를 만납니다. 둘은 오래도록 계속할 수 있는 놀이를 찾아내죠. 그 놀이는 항상 변하기 때문에 전혀 지루하지 않습니다. 장난감과 친구는 다르잖아요?

즐거운 하루를 보낸 뒤 다락방에서 내려온 주인공. 엄마에게 즐거운 일과를 털어놓습니다. 그러자 엄마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얘야, 우리 집에는 다락방이 없잖니."

저런, 엄마는 모르시나봅니다. 소년이 가지고 있는 비밀 사다리를 말이죠.

사실 요즘은 다락이 있는 집이 드물 거라고 생각합니다. 주거환경이 많이 달라졌으니까요. 때문에 이 짧은 일과를 엿보며 나름대로 추억에 젖고 아쉬움에 젖기도 했습니다. 또한 이유 있는 걱정에 얕은 한숨도 쉬었지요.

비밀의 다락방이 있는지 모르는 소년의 엄마는 우리 어른들의 대표적인 모습 아닐까요? 혹은 우리 아이들에게는 소년이 가지고 있는 비밀사다리가 없는 건 아닐까요? 누르면 바로 소리 나고, 밀면 저절로 움직이고, 돌리면 반짝반짝 빛을 내는 요란한 장난감들이 아이들 마음속의 비밀사다리를 치워버리지는 않았는지 한참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무한한 상상의 심상을 가질 수 있는 특별한 시기. 그 행복한 때를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고민하고 배려하는 것. 아무래도 그 또한 어른의 몫인 것 같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모든 것들이 그런 것처럼 말이죠.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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