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동화에 마법을 걸다
사진, 동화에 마법을 걸다
  • 북데일리
  • 승인 2007.12.10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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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흔한 말로 남는 것은 사진 밖에 없다고 하지요? 사실입니다. 바쁜 와중에도 책상위의 사진 한 장은 즐거운 그 때를 떠올리며 미소 짓게 하잖아요? 앨범 속에 자리 잡은 어릴 때부터의 사진들을 보세요. 그야말로 개인의 자서전이나 다름없습니다.

형제자매가 있는 집은 더 실감나지요. 형제가, 혹은 자매가, 아니면 남매가 손잡고 찍은 사진들. 그들의 성장기는 개인의 역사이자 가족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사진이 주는 이러한 향수. 그 덕분에 <빨간 머리 우리 오빠>(2007. 시공주니어)는 더욱 빛나 보입니다. 동화가 시작되기 전 간지에 작가 페트리샤 폴라코와 그녀의 오빠, 리처드의 사진들이 자리 잡고 있거든요.

`1944년 오빠와 엄마와 나`로 시작되는 흑백 사진의 행렬은 1993년 오빠인 리처드가 첫 손녀인 이카테리나와 찍은 사진으로 까지 이어집니다. 1951년에 찍은 리처드의 사진은 딱 <빨간 머리 우리 오빠>의 악동. 리처드의 모습입니다. <빨간 머리 우리 오빠>는 다름아닌 페트리샤 폴라코의 오빠라는 것을. 여러분은 눈치 채셨겠죠?

그들은 앙숙입니다. 그림으로만 봐도 얄미움이 전해지는 리처드. 주인공에게 그는 눈에 가시입니다. 도대체 할머니는 왜 오빠를 사랑하는 걸까요? 머리칼은 녹슨 철사처럼 붉은데다 얼굴은 온통 주근깨투성이인데 말이죠. 게다가 오빠가 엄청 못돼먹었다는 걸 할머니는 정말 모르시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그녀가 절대 참을 수 없는 것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뭐든지 자기가 더 잘한다고 뻐기는 것이죠. 헌데 그것은 사실이었습니다. 블랙베리를 더 많이 따는 것도, 트림을 더 요란하게 하는 것도, 침을 더 멀리 뱉는 것도 항상 리처드니까요. 심지어는 그녀가 가장 싫어하는 루바브(샐러리와 비슷하게 생긴 채소로 신맛이 나는 줄기를 가지고 파이나 잼, 젤리를 만든다.) 많이 먹기로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이 대결조차 철저하게 패배 당했답니다. 애초에는 루바르를 좋아하지 않는다더니. 사실은 루바브를 엄청나게 사랑한다나요?

분통터지는 일들이 계속 되던 어느 날. 주인공은 할머니와 함께 별똥별을 보게 됩니다. 그런데 별똥별은 보고 있던 할머니께서 손가락 사이에 침을 퉤퉤 두 번 뱉더니 가슴을 한 번 탕, 치십니다. 소원을 비는 방법이라는군요.

다음 날. 주인공은 내기를 시작합니다. 절대 질 수 없지요. 별똥별에게 소원을 빌었으니까요. 밉살맞은 빨간 머리 오빠에게 본때를 보여줄 작정입니다.

내기는 다름 아닌 회전목마에서 누가 오래 버티나. 회전목마가 빙글빙글 돌기 시작합니다. 쉰 번쯤 돌았을 때였을까요. 웬걸. 리처드 오빠가 먼저 내립니다. 아, 드디어 승리입니다.

“난 오빠보다 더 오래 탈 수 있다!”

이런 이런. 마지막으로 주인공이 기억하는 건 발판을 내려설 때입니다. 그 다음에 눈을 떠 보니 침대 맡에 할머니가 앉아계셨어요.

“오빠가 너를 집에까지 업고 왔다간, 다시 의사선생님을 만나러 뛰어갔었단다. 네 오빠 아니었으면 어쩔 뻔했니.”

별똥별은 정말 소원을 들어주었습니다. 하지만 주인공이 생각한 거랑 좀 다르게 이루어진 것 같네요.

“그래서 소원을 빌 때는 아주 조심해야 하는 거란다. 소원이 진짜로 이루어질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별똥별은 내기에서 이기는 소원 외에 리처드 오빠의 따뜻한 사랑까지 보여주었습니다. 물론 언제나 자기가 주인공보다 네 살이 많을 거라고 잘난 체 하지만요.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 다시 흑백사진의 행렬입니다. 페트리샤 플라코와 오빠 리처드. 동화는 그들의 작은 추억을 담아냈지만 이 사진들 속에는 그에 비할 수 없는 그들만의 역사와 가족애가 느껴집니다.

이 소박한 사진들은 동화를 더욱 빛나게 만듭니다. 항상 별 것 아닌 내기에서 이기는 리처드도, 어떻게든 이겨보려는 주인공의 모습에도 자연스레 감정이입이 됩니다. 그들의 사진이 마법을 건 셈이죠. 마치 소원을 이뤄준 별똥별처럼.

[칼럼니스트 신주연 snow_forest@naver.com]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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