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VS책] 두 여성 작가의 언어는 찬란했다
[책VS책] 두 여성 작가의 언어는 찬란했다
  • 북데일리
  • 승인 2007.12.10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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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그녀들의 언어는 찬란하다. 바스러질 듯 연약한 순간부터, 열정의 비명까지 고스란히 녹여낸다. 한국문단의 속살 조경란, 한강 두 여성작가가 나란히 새 작품을 발표했다. 조경란은 장편소설 <혀>(문학동네)로, 한강은 연작소설집 <채식주의자>(창비)로 돌아왔다. 두 소설은 ‘욕망’ 이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묶인다.

그러나 소재와 색은 ‘완전히’ 다르다. <혀>는 몸이 기억하는 음식, 사랑, 추억을 곱씹는 소설이다. 조경란 특유의 섬세함에 탄탄한 이야기 구조까지 더했다. 요즘 독자들이 즐겨 읽는 일본 소설과도 닮았다. 그만큼 빠르고, 쉽게 읽힌다는 것이 장점.

서른세 살의 요리사 지원이 주인공이다. 요리를 시작한지 어언 13년. 스무 살 때부터 이탈리안 요리 전문학교에서 요리를 배웠고, 이탈리안 레스토랑 ‘노베’에서 일했다. 스물아홉부터는 쿠킹 클래스 ‘WON’S KITCHEN’에서 요리를 가르쳐왔다. 그리고 7년간 함께 했던 애인 석주를 떠나보냈다. 이것이 지원을 설명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다.

소설은 사랑을 잃어버린 여자의 심리를 요리로 표현한다. 그것은 때론 자극적으로, 때론 감각적으로 다가온다. 예컨대 독자는 이런 대목에서 멈춰 설지 모른다.

“나는 그것을 꿀떡 삼킨다. 그의 혀는 내 입속에서 펄떡거리는 생선처럼 저항한다. 나는 입을 꽉 다물어 그것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막는다. 내 이는 그것을 잽싸게 가로채 으깬다. 내 혀는 넘치는 분비물로 그것을 축축하게 적시고 뒤집고 근육처럼 힘차게 움직여 목구멍 깊숙이 밀어 넣는다”

조경란의 언어는 살아 있는 재료 혹은 음식처럼 맛깔스럽다. “다 읽고 나면 입에 군침이 돌게 하는 그런 소설을 쓰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오감을 자극한다.

이에 비하면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약간 무겁다.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쓴 세 편의 중편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불꽃’을 엮은 연작 소설집이다. 동일 인물 혹은 관계된 이가 나오는 방식이다.

표제작 ‘채식주의자’의 화자는 영혜 남편인 ‘나’. 아내 영혜는 어린시절 자신의 다리를 문 개와 꿈에 나타난 끔찍한 영상으로 인해 육식을 멀리한다. ‘나’는 이런 그녀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 처가를 동원해 그녀에게 육식을 먹이려고 하는 ‘나’ 와 손목을 그으면서까지 육식을 거부하는 영혜의 치열한 몸부림이 펼쳐진다.

작가가 그리는 영혜라는 인물은 생로병사에 무감한 존재다. 몸에 옷 하나도 걸치기 꺼려하는가 하면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녀는 심지어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내가 믿는 건 내 가슴뿐이야. 난 내 젖가슴이 좋아. 젖가슴으론 아무것도 죽일 수 없으니까. 손도, 발도, 이빨과 세치 혀도, 시선마저도, 무엇이든 죽이고 해칠 수 있는 무기”

이처럼 한강의 상상력은 거친 표현도 서슴지 않는다. 폭발력이 느껴지는 것 또한 이 때문. 차마 말하지 못한 감정들에 대해 소설은 솔직하다. 그것을 그림처럼 그리기도 하고, 상처 받은 영혼의 눈물을 받아내기도 한다. 한강 특유의 회화성이 빛을 발하는 작품이다.

두 소설 모두 여성 작가 특유의 섬세한 문체와 관찰력이 돋보인다. 조경란의 새로운 변화, 한 층 깊어진 한강이 궁금한 독자에게 두 책을 권한다.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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