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을 위한 참된 지도자의 마음가짐
백성을 위한 참된 지도자의 마음가짐
  • 북데일리
  • 승인 2007.12.07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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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가끔씩 동사무소를 비롯한 공공기관을 찾는 날에는 단단히 각오를 해야 한다. 공공서비스가 엉망이다 보니 그 불편함을 참아내려면 많은 인내가 절실하다. 때로는 화(禍)를 참지 못하고 폭발할 수 도 있지만 그것마저도 탁상행정(卓上行政) 앞에서 얼굴만 시뻘겋게 달아오를 뿐이다.

그래서 이 답답한 일상을 변화시켜 줄 좋은 책이 없을까? 찾아보면 많은 사람들이<정선 목민심서>(창비. 2005)를 추천하고 있다. 이 책은 말 그대로 백성을 부양하고자 하는데 요즘 개념으로 지방 행정의 지침서에 해당된다.

이러한 책 성격상 일반 사람들보다는 공직자에게 필요하다는 인식이 농후하다는 사람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고전이라는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소홀히 다루어졌는데 방대한 분량을 압축하고 새로 쉽게 풀어 쓴 덕택에 우리는 이 책에 담긴 감동의 명문장을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은 먼저 수령의 임명에 대해 말한다. 내용인즉 다른 벼슬은 구해도 좋으나 목민이 벼슬은 구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그만큼 수령의 자리는 막중하다. 왜냐하면 수령이 제대로 하지 않으면 백성이 괴로움을 당하고 그 해악이 후손들에게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수령의 올바른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 가르쳐 준다. 그중에서 일을 처리할 때는 언제나 선례만을 쫒지 말고 반드시 백성을 편안히 하고 이롭게 하기 위해서 법도의 범위 내에서 변통을 도모하라고 한다. 그리고 청렴을 천하의 큰 장사라고 덧붙였다.

이어 육전(六典)에 대한 세세한 실무와 병폐를 분석하면서 현실성 있는 치유책을 제시한다. 가령, 이전(吏典)에 있어 악독하고 간사한 자는 모름지기 정당(政黨) 밖에다 비석을 세우고 그 이름을 새겨 영원히 복직하지 못하게 하라고 한다.

또 호전(戶典)에 있어 농사는 소로 짓는 것이라고 하면서 율굑(栗谷 )의 이치를 따르라고 한다. 평생 쇠고기를 먹지 않았다는 율곡은 “소의 힘으로 지은 곡식을 먹으면서 쇠고기를 먹는 것이 옳겠는가?”라고 하면서 의식을 각성하게 한다.

그리고 병전(兵典)에 있어 백골징포(白骨徵布)의 횡포에 절양(絶陽 - 남자의 생식기를 자름)할 수밖에 없는 백성들의 고초를 지독히 불행한 일이라고 하면서 마음 아파한다.

끝으로 해관(解官)에 있어 수령은 관아를 여관으로 여겨 이른 아침에 떠나 갈듯이 늘 문서와 장부를 깨끗이 해두라고 한다. 그리고 돌아갈 때의 행장은 낡은 수레와 야윈 말인데도 그 산뜻한 바람이 사람들에게 스며들게 하라고 한다.

이처럼 이 책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많다. 더불어 지혜의 보물들도 곳곳에 숨겨져 있다. 이 지혜를 탐독하는 것은 국민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의 올바름을 곰곰이 따져 볼 수 있어 통쾌한 일이다. 무엇보다도 이 책의 서문에 나와 있듯 풍부한 자료와 적절한 비유들이 무섭도록 현실적이어서 그 울림이 대단했다.

이로 인해 우리는 목민(牧民)이 왜 중요한가, 라는 진리를 발견할 수 있다. 목민은 곧 민목(民牧)이라는 것이다. 민목은 백성이 임금을 사모하고 받드는 것이다. 이것을 이해하기 쉽게 『대학』에 나오는 수기치인(修己治人)의 팔조목(八條目)에 견주어보면 목민은 수신(受信), 제가(齊家), 치국(治國)이오, 민목은 평천하(平天下)이다.

결과적으로 이 책은 간단하게 수령이 좋고 나쁨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목민이 어떻게 민목으로 옮겨갈 수 있는가에 대한 실질적인 사례가 집대성되어 있다. 동시에 백성을 위하는 실학자 정약용의 온기(溫氣)가 전해지는 매우 특별한 심서(心書)이다.

[임재청 시민기자 ineverlan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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