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작가 이은의 경력 덕에 가능한 일이다. 그는 미술학 박사 학위를 받은 전공자다. 현재는 아트딜러로 활동하며 늘 미술계 전반을 주목한다.
때문에 작품의 배경인 미술관은 물론 그림에 대한 묘사와 해석이 생생하다. 또한 위작에 얽힌 검은 세력간의 관계는 실제 미술계가 그렇다고 믿을 정도로 설득력 있게 짜여졌다.
이 같은 전문성에 공인된 글 솜씨가 더해져 재미는 배가된다. 작가는 1996년 모 일간지의 신춘문예 단편 추리소설 부문에 당선되어 등단했을 만큼 검증된 필력을 가졌다.
결국 이 둘의 결합은 의문의 살인과 실종사건, 보이지 않는 음모의 실체를 빠르고 흡입력 있게 풀어내는데 성공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건의 복잡한 연결도 흥미진진하다.
단순히 범인을 밝히는 데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 점 역시 매력이다. 작가는 부유층의 재테크 수단이 돼버린 그림 유통의 현실을 비판하고, 진정한 예술의 의미 탐색에 많은 비중을 할애한다.
책은 독특한 소재의 한국소설을 찾는 독자에게 권할 만하다. 전작 <누가 스피노자를 죽였을까?>(문학수첩. 2003)를 접했던 사람도 실망하지 않고 읽을 수 있다.
한편 에필로그에 ‘소설 속 미술 이야기’가 별도로 수록됐다. 르네상스 미술, 천재 예술가, 예술 후원자인 패트런, 화상과 마피아 등 미술에 관련한 다양한 읽을거리가 그림과 함께 실려 있다.
[김대욱 기자 purmae33@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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