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식, 딱딱하고 재미없다고요?
수식, 딱딱하고 재미없다고요?
  • 북데일리
  • 승인 2007.11.30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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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박사가 사랑한 수식>. 혹시 읽어보셨나요? 코이즈미 다카시 감독의 영화로도 유명하죠. 이 책은 일본 242개 서점 직원이 선정한 제1회 서점대상, 제 55회 요미우리 소설상 등을 수상하며 일본에서만 20만부 이상이 판매고를 달성한 화제의 소설입니다.

건조한 공식으로 풀어낸 인생의 아름다움과 사랑. 수학은 고루한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깬 박사는 학자가 아닌 시인처럼 느껴졌습니다.

<박사가 사랑한 수식>이 수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펼쳐보였다면 수의 재미를 독특하게 풀어간 동화가 있습니다. <펭귄 365>(2007. 보림)이 그 주인공입니다.

새해 첫 날 아침 일곱 시. 딩동 소리와 함께 배달된 조그만 상자. 그 안에는 펭귄 한 마리와 쪽지가 들어있습니다.

"저는 펭귄 1호입니다. 끼니때가 되면 먹이를 주세요."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매일매일 펭귄 한 마리가 어김없이 배달됩니다. 처음에는 즐거웠죠. 펭귄 7호가 도착한 날은 펭돌이, 펭식이, 펭순이 등 하나 씩 이름도 지어줬으니까요.

하지만 펭귄은 점점 늘어납니다. 급기야 1월 마지막 날. 펭귄은 어느 덧 31마리가 되죠. 2월은 28일까지만 있으니 28마리입니다. 31+28이면 모두 몇 마리죠? 정답은 59마리. 하루 뒤에는 꼭 60마리가 되었습니다. 상황이 이렇고 보니 슬슬 걱정이 됩니다. 이렇게 많은 펭귄을 다 어떻게 하죠?

아빠는 60마리의 펭귄을 15마리씩 네 그룹으로 쌓아둡니다. 보기에 깔끔하네요. 그런데 바로 그때 도착한 또 한 마리의 펭귄. 펭귄 무리는 다시 뒤죽박죽입니다.

4월 10일엔 펭귄이 딱 100마리가 됩니다. 이제 숫자 세 자리를 넘어서니 골치거리가 늘어납니다. 예를 들면 펭귄 먹이 주기. 펭귄 한 마리가 하루에 생선 2.5킬로그램을 먹는다고 생각하면 2.5kg X 펭귄 100마리 = 250kg. 1kg에 3천 원씩만 쳐도 75만원. 자그마치 하루에 75만원입니다. 계산하는 그 순간에도 한 마리가 또 도착하니 이를 어쩌면 좋죠?

달걀처럼 12마리씩 상자에 넣어보기도 하고, 216마리의 펭귄은 6마리씩 정육면체로 쌓아보기도 하지만 소용없습니다. 펭귄 217호가 도착했으니까요.

이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점점 늘어가는 펭귄과 함께 펭귄처럼 살고, 펭귄처럼 생각하고, 펭귄처럼 꿈꾸고. 이제 그들은 마침내 펭귄처럼 되어버립니다.

꽉꽉 거리다 보니 어느새 한 해가 가고 드디어 12월 31일. 펭귄 365마리가 집 안을 가득 채우던 그 날 가족들은 잔디밭에서 송년파티를 합니다. 그런데 또 다시 초인종 소리가 들립니다. 또 다른 펭귄일까요?

365마리의 펭귄이 무사히 배달 된 그 날 도착한 손님은 생태학자인 삼촌입니다. 온난화 현상으로 남극의 빙하가 녹고 펭귄의 보금자리가 줄어들자 그들을 위해 이사를 계획하게 된 것이지요.

그런데 보호 동물인 펭귄을 다른 곳으로 내보내지 못하는 국제규정이 골치지 뭡니까. 그래서 돈은 좀 들더라도 은밀한 방법을 생각하게 됩니다. 1년 동안 하루에 한 마리씩 이 선택된 가족에게 보내는 거죠. 하루는 수컷, 다음날은 암컷. 이렇게 하면 모두 182쌍. 364마리가 되죠. 여기에 파란 발이 멋진 펭글이를 더하면 모두 365마리가 되는 겁니다. 딱 맞아떨어지죠?

이 괴짜 삼촌은 364마리의 펭귄을 싣고 북극으로 떠납니다. 파란 발 펭글이만 기념으로 남겨둔 채 말이죠. 이제 남은 가족들에게 평화가 찾아올까요? 아닌 것 같은데요? 또 다시 도착한 커다란 소포에서 튀어나온 북극곰을 보니 말이에요.

교과서에서만 마주하던 숫자가 이렇듯 매력적으로 다가오니 놀랍지 않나요? <박사가 사랑한 수식>에서는 인생의 아름다움을. <펭귄365)에서는 포복절도할 재미를 가져다주죠.

혹시 숫자이야기가 그득한 펭귄 이야기를 보며 아이들이 숫자에 질려버릴까 걱정되시나요? 염려마세요. 어린이들은 그저 와글거리는 펭귄의 무리에 즐겁게 웃을 뿐이니까요.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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