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좌우할 `수학문제 7개`
미래 좌우할 `수학문제 7개`
  • 북데일리
  • 승인 2007.11.26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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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2000년 클레이 재단은 역사적인 현상공모를 발표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수학문제 7개를 선정해서 문제 하나당 100만 달러를 내걸었다. 여기 제시된 문제들은 단순히 기호를 사용해서 문제를 푸는 것들이 아니다. 이 중에서 어떤 것들은 아예 문제의 답이 존재하는지 조차 알려지지 않았으며 웬만한 수학자조차 이해하지 못할 정도의 추상성의 숲에 둘러싸여 있다.

그렇다면 왜 이 책은 일반대중에게 발표된 것일까? 이번에 소개할 <수학의 밀레니엄 문제들 7>(까치글방. 2004)에서 데블린은 극도의 비일상성의 세계를 다루는 수학이 사실은 현대 모든 문명의 기초가 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문제들의 단순한 나열이 아닌 의미를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이 책에서 설명하는 밀레니엄 문제들이 어떤 것인지 간략히 살펴보자.

1. 리만 가설 - <인터넷 보안>

“리만 가설”은 현재보다 미래에 더욱 중요하게 여겨질 것이 틀림없다. 현대 문명은 인터넷에 기반한다. 은행에서 돈을 인출하고 타인의 계좌에 송금하고, 남들에게 알려지지 않아야 할 비밀 메일을 전송한다. 현재의 암호체계는 RAS라는 회사에서 판매하는 두개의 암호 키로 이루어진다. 각각은 100자리의 소수로 만들어지는데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최고의 슈퍼컴퓨터에서도 몇 개월이 걸릴 정도의 엄청난 보안을 자랑한다. 우리는 RSA의 암호체계를 믿고 은행이나 카드 거래를 마음 놓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밀레니엄 문제 중 리만 가설이 풀리게 되면 심각한 재앙이 닥칠 수도 있다. 그것도 개인에 국한된 것이 아닌 전 세계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면서 붕괴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수학문제 하나 해결된다고 심각한 재앙이 일어나는 건 사실 믿기 힘들다. 여기에는 기술적인 문제가 관련되어 있다.

인터넷 보안 프로그램은 100자리 소수들의 곱으로 이루어져 있다. 200자리가 넘는 소수를 찾아내는 건 현재의 컴퓨터로도 그다지 어렵지 않다. 문제는 200자리가 넘는 소수를 2개의 100자리 소수로 인수분해 하는 과정이다. 곱하는 것은 쉽지만, 나누는 것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어렵다. 그래서 만일에 가까운 시일 안에 현재의 RSA 암호체계를 대체할 보다 강력한 암호체계를 개발해 내지 못하면 인터넷 상의 모든 상거래가 중단될지도 모르게 된다고 경고한다.

2. 양-밀스 이론과 질량 간극 가설 - <우주를 이루는 물질의 본성>

두 번째 문제는 우주를 이루는 물질의 본성을 탐구한다.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 과 수많은 물리학자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양자역학”은 통합되지 못했다. 그 후 두 가지 이론을 합치기 위한 노력들이 시작된다. 양자역학의 세계는 우리들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다. 지금 물리학자들의 문제는 양자역학을 다루는 방정식으로 전자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지만, 그게 왜 올바른지를 이해하지 못한다는데 있다.

이러한 믿기 힘든 상황을 해결하는 것이 “‘양-밀스 이론” 이다. 흔히 수학은 물리학자들의 언어라고 한다. 물리학자는 자신들의 연구결과를 수학에서 사용되는 수식으로 표현한다. 그 유명한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 도 사실은 19세기의 수학자 리만의 곡면기하학에서 나왔다는 것은 물리학에서 수학이 차지하는 위치가 얼마나 큰 지를 잘 보여준다.

3. P 대 NP 문제 – <필요한 건 오직 상상력>

세 번째 문제는 컴퓨터를 다룬다. 컴퓨터는 어떠한 목적으로 만들어졌을까. 초기에는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되었고, 우주 왕복선 같은 과학적인 목적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현재는 SETI 라는 외계생명체 탐사계획에 사용되기도 한다. 또한 수학적인 목적으로도 사용된다.

컴퓨터의 칩 성능이 올라갈수록 계산은 점점 빨라지고 수의 크기는 상상을 초월하게 된다. 하지만 컴퓨터로도 풀 수 없는 경우가 존재한다. 그것은 문제를 풀 수 없기 때문이 아니라 문제를 푸는 데 우주의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학자들은 좀 더 효율적인 방법을 연구한다. 사실 상 P 대 NP 문제는 전 분야에서 사용될 수 있다. 공장의 제품 조립라인을 어떤 식으로 할 때 가장 많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지, 인터넷 암호체계를 무력화 시키는 방법, 수많은 도시를 여행할 때 가장 빠른 경로를 만들 때 이러한 지식은 유용하다.

저자는 이 문제가 유일하게 밀레니엄 문제 중 아마추어가 해결할 가능성이 있다고 적고 있다. 그러한 사실이 결코 이 문제가 쉽다는 걸 의미하는 건 아니다. 다만 수학적 지식보다 상상력에 의존하게 될 거라는 의미이다. 컴퓨터가 풀 수 없는 문제를 인간의 두뇌는 풀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보인다.

4. 내비어 – 스톡스 방정식 <현대 문명의 기반을 이루는 수학>

네 번째 문제는 현대수학의 기반인 미적분학을 다룬다. 그전까지 종이에 그려진 수식들을 계산하는 정적인 분야에서 물체의 운동이라는 동적인 영역으로의 전환. 그것을 통해 뉴턴은 행성간의 움직임을 정확히 계산할 수 있었으며, 비행기나 배를 만드는 공학에도 많은 기여를 할 수 있게 됐다고 기술한다.

그러니까 미적분학은 현대 문명의 기반을 이루게 한 커다란 발견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전까지 미적분학은 3차원의 공간에 머물러 있었다. 각각의 축의 기울기를 계산해서 다음 위치를 예측해 낸다. 그런데 내비어-스톡스 는 여기에 시간이라는 축을 더해 4차원 상에서의 움직임을 예측할 방정식을 만들려고 시도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유체는 어떻게 움직일까? 이것은 너무나 어려워 아무도 해답을 제시하지 못했다. 만일 이 문제가 풀린다면 현재의 항공기, 배, 자동차 같은 운송수단 뿐 아니라, 뇌수술에 쓰이는 기계, 영화산업 같은 첨단 장치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발전을 하게 되며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효율적인 운송수단이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5. 푸앵카레 추측 - <세상의 본성을 이해하기 위한 수학적 마술>

다섯 번째 문제의 주제는 위상학 이다. 우리는 매일 매일 위상학에 의해 살아간다.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서둘러서 지하철을 탄다. 지하철 노선도를 보고 목적지에 내린다. 그런데 지하철 노선도는 다음 역이 어디라는 것과, 다른 노선으로 갈아타는 분기점만 제외하면 모든 것들이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다.

지하철은 노선도처럼 직선으로 달리지도 않으며, 역 사이의 거리도 일정하지 않다. 위상학의 본질을 지하철 노선도는 잘 표현해준다. 불필요한 정보는 없애고 꼭 필요한 것들만 나타내는 것. 그래서 사물을 이루는 가장 핵심적인 것들만 표시한다. 위상학은 도너츠와 컵이 동일하다고 설명한다.

현대 물리학의 최첨단인 초끈이론은 위상학의 기반위에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말려들어간 6차원의 모양을 통해 우주의 진정한 모습을 밝히고자 한다. 우주가 현재 알려진 것처럼 3차원 입방체인지 여부는 현재로써는 알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과거에 지구가 2차원 평면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우주로 나가서 지구의 모양을 보게 되면서 3차원 구형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렇다면 우주의 진정한 모습은 어떨까? 우주는 무한히 펼쳐져 있으므로 물리적인 방법으로는 도저히 알 수 없다. 하지만 위상학 이라는 수학적 마술은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든다.

밀레니엄 문제들 중 나머지 2개 “버치와 스위너톤-다이어 추측”과 “호지 추측” 은 순전히 수학자의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추상적인 문제로 보인다. 저자는 현실과 전혀 연결되지 않은 이러한 문제들이 필요한 근거로 인간정신의 잠재력을 언급한다. 19세기의 수학자들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음수의 제곱근인 허수의 존재를 받아들였다. 그럼으로써 현재의 놀라운 문명이 가능하게 됐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21세기 최고의 지성이 이러한 문제를 풀게 된다면 지금으로써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게 되는 건 아닐까. 데블린은 7가지 밀레니엄 문제들이 결국에는 해결될 거라는 낙관적 전망을 한다. 수학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만이 아닌 앞으로의 인류 문명의 방향성에 대해 궁금한 사람이라면 주의 깊게 읽어봐야 할 책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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