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을 물리학 관점으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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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데일리
  • 승인 2007.11.19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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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1943년에 슈뢰딩거는 아일랜드 더블린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역사에 남는 강연을 하게 된다. 그것은 생물학을 물리학의 관점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었고 분자생물학의 탄생에 커다란 기여를 하게 된다.

그리고 50년 후 슈뢰딩거의 책에서 영향을 받은 과학자들이 자신들의 연구 성과와 미래의 전망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생명이란 무엇인가? 그후 50년>(지호. 2003)라는 책에 펼쳐놓았다. 이 책은 슈뢰딩거의 <생명이란 무엇인가?정신과 물질>(궁리. 2007) 의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당대의 석학들이 모여 만든 결과물이다.

처음에 등장하는 과학자는 고생물학자 이자 진화생물학자인 스티븐 제이 굴드 이다. 그의 글은 과학자의 글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창의적이고 재미있다. 과학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는 슈뢰딩거의 양자역학에 기반 한 분자수준의 세계관 대신 전 지구의 역사를 관통하고 있는 거대한 진화론적 사고방식으로 생명현상의 본질을 추론한다. 그는 전통적인 다윈식의 점진 주의적 신조를 비판한다.

그래서 다세포 생물의 설계도가 완성된 캄브리아기 대폭발 을 생명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단서로 인식한다.

“버제스 추첨을 통해 생명의 테이프를 다시 시작한다면 어떤 계통이 생존할지 현재와 다른 결과가 산출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오늘날 생존하는 모든 집단은 우연한 행운 덕에 존재하는 것이다.”

책은 이렇게 기술한다. 종래의 과학에서 강조하는 반복 가능하고 예측 가능한 사건들을 통한 자연 법칙 대신 혼돈과 무작위성으로 가득한 우연적인 세계관을 강조함으로써 생명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또 다른 방법론을 제시한다.

다음은 생리학 박사이면서 조류학자인 제레드 다이아몬드 이다. 그의 논문의 핵심은 “인간과 유인원 사이의 진정한 차이점은 무엇인가” 라는 의문이다. 행동의 차이를 결정짓는 그 적은 수의 유전자의 정체, 시간적으로 또는 공간적으로 떨어진 사건에 대해서 알게 되는 것, 예술 작품을 만들고 즐기는 것, 대량 살상 수단을 고안하고 중독성 약물을 남용하고 서로에게 고통을 주는 데서 기쁨을 얻고 수많은 다른 종을 멸종 시키는 것. 그래서 지구상에서 유일한 존재가 되게 만든 인간만의 특징은 무엇일까?

이러한 의문에 대해 다이아몬드 박사는 인간만이 유일하게 완성된 형태의 음성언어가 있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리고 원시화석의 증거를 통해서 우리의 뇌가 약 200만 년 전부터 증가하기 시작했고, 그것이 대도약 전진을 이루게 한 힘이었다는 가설을 제시한다.

슈뢰딩거의 강연집 <생명이란 무엇인가?>를 읽으면서 당혹감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스튜어트 카우프먼의 글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는 우선 슈뢰딩거의 당시 주장 – 거시적인 질서관 강조, 생물이 지닌 질서 특히 드물게 나타나는 돌연변이와 유전 가능한 변이에 대한 설명, 비주기적 고체 – 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열린 열역학 계의 자기 조직화 행동이라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우리 지구에 존재하는 탄소 기반 생명체 뿐 아니라 모든 우주에 존재할 수많은 생명체들의 존재에 대해서도 진지하고 새로운 관점을 보여준다.

현재 인류에게 닥친 재앙이라면 인구증가, 식량부족, 핵전쟁 과 같은 두려움을 들 수 있겠다. 만드레드 아이겐은 현대 생물학이 풀어가야 할 큰 과제로 AIDS 의 치료를 들고 있다. AIDS 의 정체는 무엇이고, 언제부터 생겨났으며, 완치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생물학적 개념으로 설명한다.

또한 인류가 진정 새로운 도약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개체의 자유를 의지 없는 세포의 상태로 격하시키려고 하는 유전자의 명령에 종속하지 말고 진정한 인간성을 찾자고 제안한다.

루이스 월퍼트는 생물학에서 아직까지 풀리지 않는 생명의 신비인 발생을 다루고 있다. 이를테면 알은 계산될 수 있는가. DNA와 단백질의 정보를 통해서 수탉, 암탉, 파리, 옥수수, 철쭉, 딱정벌레, 쥐, 여인이 될지 여부를 알 수 있는지의 문제이다. 만일 인간이 발생에 관계된 모든 유전자의 정보를 알게 되고 제어할 수 있다면 어디까지 가능하게 될까.

과학자들이 원한다면 날개가 달린 천사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며, 공룡을 만들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자연에 대한 도전의 결과는 인간에게 축복이 될지, 재앙이 될지 그것은 아무도 알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 그의 연구는 현재보다 미래에 대단히 중요하게 다루어질게 틀림없다.

인간의 의식은 비계산 적이며, 어떤 모의실험도 할 수 없다는 로저 펜로즈의 글은 물리학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가져다준다. 현재 우리가 접하고 있는 고전적인 수준과 소립자, 원자 수준의 양자수준 이 두 세계의 연결을 설명하는 그의 탁월한 논문은 분명 읽어 볼 가치가 있다.

만일 열역학 제2법칙 (엔트로피)에 대해서 관심이 있다면 제임스 케이의 글은 꼭 읽어봐야 한다. 특히, “평형에서 멀리 끌고 가면, 계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가해진 기울기에 맞설 것이다. 가해진 기울기가 증가함에 따라, 평형에서 더 멀리 움직이지 않으려 하는 계의 반발력도 강해진다”는 수정된 제2법칙의 의미하는 바는 어떤 것인가. 엔트로피를 거스르는 것처럼 보이는 생명현상을 이해함에 있어 지구에서 태양계 전체로 범위를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대해서는 추후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과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라도 한 시대를 대표하는 석학들의 예리하고 통찰력 있는 견해들이 들어있는 이 책을 읽는다면 지금까지 무심히 생각해 온 세상에 대한 새로운 감정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자기 자신의 존재 - 전 지구 역사를 통해서 상상할 수 없는 우연을 통해 생겨난 산물로서 – 에 대한 엄청난 자부심도 느끼게 된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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