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읽는 남자]⑦영원한 사랑은 불가능한가요?
[연애 읽는 남자]⑦영원한 사랑은 불가능한가요?
  • 북데일리
  • 승인 2007.11.16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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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사랑의 ‘콩깍지’는 과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을까? 24시간을 공유해도 갈증 나는 열망의 시간은 연애자들의 풀지 못한 숙제다. 그런 미지의 궁금증을 소설가 이외수가 풀어냈다.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해냄. 2007)를 통해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일부 학자들의 주장에 의하면 인간이 사랑의 열병을 앓는 것은 뇌에서 분비되는 화학물질의 작용 때문이다. 사랑에는 끌림, 갈망, 애착의 3단계가 있는데, 각 단계마다 뇌에서 다른 화학물질이 분비되고 그에 따라 다른 감정의 변화가 일어난다.”

책에 따르면, 사랑의 첫 단계에서는 도파민이라는 화학물질이 영혼을 매혹시킨다. 어디를 가도 연인의 모습이 아른거리고 실성한 듯 웃음이 흘러나온다. 별일 아닌 일에도 감동을 받기도 한다. 주위 사람들에게 이유 없는 친절을 베풀게 된다. 연인을 보면 얼굴이 빨개지고 심장이 두근거리는 현상은 아드레날린의 작용 때문이다.

그렇다면 두 번째 단계는 어떨까. 점점 상황은 심각해진다. 꼭두새벽에 특별한 목적도 없이 연인의 집 앞으로 달려가는 단계다. 이 단계는 페닐에칠아민의 작용을 받는다. 초콜릿에도 함유되어 있는 이 화학물질은 중추신경을 자극하는 천연각성제 역할을 한다. 제어하기 힘든 열정으로 가슴이 터져 버릴 것 같은 상태를 경험하게 된다.

세 번째 단계는 상대를 껴안고 싶은 충동의 단계다. 이때는 옥시토신의 지배를 받는다. 상대방에게 애착을 느껴 사랑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싶어 하고, 왕성하게 엔도르핀이 분비된다. 엔도르핀은 마약과 비슷한 물질로 통증을 없애 주고 기쁨을 느끼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학자들은 이성을 대상으로 한 이러한 감정들이 ‘3년’을 넘기면 뇌에서 공급되던 이런 화학물질들이 현격하게 줄어든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대부분 3년 정도가 지나면 콩깍지가 벗겨지고 상대의 실체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이외수는 이에 반발한다.

“하지만 진정한 사랑은 시한부가 아니다. 진정한 사랑은 영원불멸을 전제로 한다. 3년 정도가 지나면 벗겨지는 콩깍지는 육체에 그 뿌리를 두고 있지만, 영원불멸하는 콩깍지는 영혼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물론 그 두 가지를 모두 조화시켜야 완전무결한 사랑이 된다.”

공감 가는 말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과학적 근거에 기초해 사랑을 믿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다. 이유가 뭘까. 철석같이 믿었던 남자/여자에게서 큰 배신을 당했던 경험이 너무 커서이다. 하지만, 한두 번의 사랑으로 ‘사랑은 없다’고 단언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그건 진정한 사랑이 아니었다고 봐야 한다. 제대로 된 인연이 아니다.

실연의 아픔이 두려워 사랑을 회피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이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렇더라도 사랑을 할 때마다 실패를 되풀이하는 사람은 자신을 냉정히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자신의 가치관에 맞지 않는 사람을 ‘이상형’이란 이름으로 찾아 헤매고 있는 건 아닌지, 또 상대에 부합할 만한 내적 깊이와 외적 조건을 모두 가지고 있는가를 숙고해 보아야 한다. 자신의 취향만을 고집하는 성격을 버리는 연습 또한 필요하다.

“인간에게는 정(精), 기(氣), 신(神) 세 가지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다. 정은 육체를 구성하는 요소이고, 기는 정신을, 신은 영혼을 구성하는 요소이다. 이 세 가지 중 어느 한 가지라도 결핍되면 인간은 극심한 욕구불만에 사로잡히게 된다.”

이외수의 설득력 있는 주장도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공자님 말씀’처럼 들릴 수 있다. 현대인은 물질과 육체에 탐닉한다. 명품과 식도락에 집착하고, 섹스로 욕구불만을 달랜다. 그럴수록 정체를 알 수 없는 욕구불만은 쌓여만 간다. 왜냐하면 정신이나 영혼의 궁핍에서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성간의 사랑은 단순히 물질적 조건이나 외형적 조건의 부합만으로는 성립되지 않는다. 처음에는 그것들에 의해서 관계를 형성할 수도 있지만 나중에는 정신적 조건이나 내면적 조건의 부합을 갈구하게 된다.”

그렇다. 이외수가 말하는 ‘내면적 조건의 부합’만이 연인 관계를 지속시키는 가장 큰 힘이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진정한 사랑을 한 번도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슬픈 일이다. 사랑은 인간을 가장 빨리 자기완성에 도달하게 만드는 감정이다. 사랑의 힘을 통해서 새로운 나로 재탄생할 수 있다. 서로에게 ‘상승작용’,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관계라야 진정한 ‘천생연분(天生緣分)’이다.

“외형적인 아름다움은 일시적이다. 내면적인 아름다움이라야 영속적이다. 외형적인 아름다움에서 비롯된 사랑은 시간이 지나면 변질되거나 퇴락하지만, 내면적인 아름다움에서 비롯된 사랑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변질되거나 퇴락하지 않는다.”

사랑의 크기는 자신이 간직하고 있는 마음의 크기와 정비례한다. 세상에 공짜 없다. 사랑 역시 `기브앤드테이크`(Give and Take)다. 내가 사랑하는 만큼 사랑받을 수 있다. 모든 노력을 다했는데 삐걱거린다면, 진정한 사랑이 아니다. 헤어진 것을 슬퍼할 것이 아니라 다행으로 생각해야 한다. 계절이 오고 가듯, 진정한 사랑은 곧 찾아올 테니까.

(사진 설명 - 영화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 현실적인 조건들이 삶을 힘들게 하지만, 그렇다고 그런 조건이 맞다고 해서 행복하지만은 않다. 영혼이 교감하는 상대라야 진정한 사랑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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