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리한 심리분석과 통찰력 가득한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은 오랫동안 일기를 쓰듯 그려온 이웃 전용성의 그림에 따뜻한 글을 담은 그림에세이 <마음 미술관>(문학동네. 2007)을 출간했다.
이 책은 온기가 느껴지는 질그릇 같은 소박함과 잔잔한 여운이 담긴 그림과 글을 통해 일상에서 잊고 있었던 것은 무엇인지 알려주고 인간은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괜찮고 소중한 사람임을 일깨워준다.
<마음 미술관>은 즐거움과 충분한 슬픔, 공감과 사랑의 이유 4부로 나눠 총 80편의 그림과 글이 소개된다. 4부 사랑의 이유편 첫번째 그림과 글은 유난히 눈길이 간다. ‘울 엄마’의 제목만으로 가슴이 따뜻해지기 때문.
"그냥, 우리 엄마.....라네요. 혹시 일정한 나이 이상이라야 그림의 긴 여운을 이해할 수 있을까요? 저는, 항아리 밑바닥이 되어 엄마 얼굴을 한번 보았으면 좋겠다는 간곡한 소망이 있습니다."
이미 완성된 그림에 글을 붙이는 집필 방식 때문에 간혹 글과 그림이 따로인 듯한 느낌도 든다. 그러나 그 나름대로 자연스럽게 어울려 이채로운 조화를 이룬다. 같은 듯 다르고, 다른 듯 같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 풍경이 그렇듯 말이다.
책에 수록된 주옥같은 80편의 그림과 글 가운데 몇편만 살짝 엿보자.
올드보이
"어버이날을 상징하는 카네이션의 꽃말은 `사랑과 감사와 존경`이랍니다. `올드보이`들에겐 그 심상한 단어들조차 날카로운 화살촉처럼 가슴에 와 닿지 싶습니다."
두근두근
"구체적인 지침이나 현란한 수사가 없어도 본능적으로 알게되는 진자배기 두근거림, 인간의 진정성에 대한 제 나름의 정의입니다."
그리운 바람
"사람이 `진심으로, 무의식적으로` 그리워하는 것은 따뜻한 볕이 들던 때가 아닙니다. 바람이 몹시 불던 어떤 시절일지 모릅니다."
[홍무진 기자 fila909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