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과서의 `오류,편견 그리고 왜곡`
우리 교과서의 `오류,편견 그리고 왜곡`
  • 북데일리
  • 승인 2007.11.13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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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덕성여대 스페인어과 이종득 교수가 “우리 교과서가 유럽의 아메리카 정복 역사를 정당화하고 미화하는데 동참하고 있다”는 주장을 제기해 눈길을 끌고 있다. <세계사 교과서 바로잡기>(삼인. 2007)를 통해서다.

그는 “우리 중 고등학교 교과서가 유럽 중심의 왜곡된 용어와 그림을 여과 없이 사용 한다”며 다음과 같은 예를 들었다.

“신항로의 개척은 유럽 국가들이 세계 무대로 진출하는 중대한 역사적 계기가 되었다. 신항로와 신대륙의 발견과 이에 따른 탐험 활동, 식민지 정복과 대제국의 건설 과정을 따라 대서양 국가들은 점차 전 세계를 유럽화 하면서 우월권을 확립하였다.”(교학사의 고등학교 세계사 231쪽)

“유럽 인들이 진출하기 전까지 라틴아메리카에는 멕시코의 마야, 아스테크, 안데스 산지의 잉카 왕국이 번성하면서 수준 높은 농경 문화를 발전시켰다.”(고려출판의 중학교 사회1 183쪽)

여기서 이 교수는 ‘신대륙’과 ‘진출’이라는 용어를 문제 삼는다. 먼저 신대륙을 보자. 그는 “아메리카는 새롭게 만들어진 대륙도 아니고, 유럽 대륙보다 지질학적으로 늦게 생성된 지역도 아니다”라며 “항해 기술의 발달로 유럽인들이 새롭게 알게 되었을 뿐”이라고 지적한다.

“진출 역시 유럽 중심적 역사 해석을 반영한다“고 이 교수는 말한다. 원주민 입장에서는 진출이 아니라 유럽인의 침략과 약탈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또한 그는 교과서에 실린 그림 역시 역사 왜곡의 산물임을 밝힌다. 아래 3장의 그림이 그렇다.

이는 지학사의 고등학교 세계사 209쪽에 실린 ‘콜럼버스와 인디언의 첫 만남’이라는 제목의 그림이다. 여기서 콜럼버스는 거만하게 창을 들고 서있다. 반면 원주민들은 거의 벌거벗은 미개한 모습으로 선물을 바치고 있다. 야만과 문명, 정복과 굴종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그림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콜럼버스와 원주민 사이에 이루어진 물물 교환을 왜곡해 그려 놓았다”고 비판한다.

동화사의 중학교 사회1 218쪽에 실린 그림 ‘식민 개척 초기의 백인과 인디언’과 ‘식민 개척 이전 인디언들의 생활’도 마찬가지다. 이 교수는 “원주민들은 원시인처럼 벌거벗고 살지 않았고, 식민 개척 이전의 생활은 그림에서 보여주는 유토피아와는 거리가 멀었다”고 꼬집는다.

우리 교과서에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저자의 말에 따르면 아메리카 지역에 대한 이해와 지식이 부족해 학문적으로 검증하지 못하고 유럽의 시각과 자료를 그대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책은 세계사 교과서가 가진 수많은 오류와 편견을 파헤친다. 잘못 표기된 지명이나 연도부터 특정 국가나 지역에 대한 고정관념까지 그 범위는 방대하다. 중국과 일본의 역사 왜곡만큼이나 심각한 실정이 충격적이다.

(사진제공=삼인)

[김대욱 기자 purmae33@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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