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박한 세상 `황홀한 클래식 편력기`
각박한 세상 `황홀한 클래식 편력기`
  • 북데일리
  • 승인 2007.11.08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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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 숨 막힐 듯 한 콘크리트 숲, 오염된 공기와 썩은 물, 토끼장 같은 아파트, 집과 직장만을 오가는 단조로운 생활, 이런 삭막한 도시생활에 염증이 나서 탈출하고 싶을 때에는 맑은 공기와 시원한 바람, 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 녹음이 우거진 숲과 새들의 지저귐이 그리워진다. 그런 때 베토벤의 ‘전원’을 플레이어에 얹으면, 전원의 밝은 풍경, 맑은 하늘과 녹음 우거진 숲이 보이고, 그 사이로 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 나뭇잎을 스치는 시원한 바람소리, 숲속을 울리는 밤 꾀꼬리, 메추라기, 뻐꾸기 등의 새소리가 들린다. - ‘나를 감동시킨 음악’ 중에서 -

한국 전쟁으로 모든 것이 폐허로 변해 음악을 듣기 어렵던 시절 음악 감상실을 출입하면서 클래식 음악에 입문해, 50년간 그 황홀한 소리에 매료되어 살다보니 어느덧 나이 70이 된 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최영도 변호사.

그의 삶에 클래식 음악이 없었다면 인생이 얼마나 삭막했을까? 미술품 감상과 수집, 세계 문화유산답사와 더불어 클래식 음악의 명곡과 명반을 좇으며 살아온 그가 인생을 회고하는 책 <참 듣기 좋은 소리>(학고재)를 냈다.

저자는 월간지에 (클래식 음악 에세이)를 연재할 때를 떠올린다. 연세 지긋한 독자 몇 분이 젊은 시절부터 클래식 음악을 듣고 싶은데, 무슨 음악, 어떤 음반을 들어야 할 지 몰라서 시작을 못했다며, 이제라도 듣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문의해온 일이 있었다고 한다. 그들은 바쁜 일상에 쫓기는 고달픈 심신을 음악으로 위로받고 싶어 했고, 각박한 세상에서 때 묻은 영혼을 음악이라는 물로 깨끗하게 씻고 싶어 했다.

그러면서 저자는 이런 권유를 덧붙인다.

“오늘부터 라디오 채널을 클래식 FM에 고정해 놓고 음악을 듣기 시작하면 된다. 명곡해설집을 사서 읽어가며 열심히 듣다보면 마음에 드는 작곡가의 작품, 연주자와 악단이 생긴다. 그리고 월간 음악잡지를 한 권쯤 정기구독하기를 권한다. 그렇게 해서 음악 감상에 재미가 붙을 즈음 자신에게 알맞은 오디오 시스템을 장만한다. 그리고 명반 가이드북을 참고하여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의 음반을 사다가 감상하면 된다.”

책은 저자의 클래식 음악 감상 입문기와 50년간의 편력, 명곡, 명반 수집 기, 나를 울리고 감동시켰던 명곡과 명반에 대한 감상과 평가, 국내와 해외에서 본 공연 관람 기, 몇몇 작곡가와 연주가에 대한 생각 등을 선보인다.

클래식 음악은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닌, 누구라도 조금만 노력을 기울이면 저자처럼 풍요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권말에는 세계적인음반 가이드북의 평가와 수십 년간의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작곡가별 160선, 오페라 30선, 컬렉션 10선등 명곡, 명반 200선을 추려 부록으로 실어놓아 애호가들에게 좋은 선물을 주고 있다. 특히, 저자가 감동한 음악은 아래와 같다.

● 베토벤 교향곡 제9번 D단조《합창》Op. 125

●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제21번 C장조 K. 467 ‘엘비라 마디간’

● 모차르트 오페라《피가로의 결혼》중〈저녁 바람이 부드럽게>

●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의 최고봉이라 할《함머클라비어Hammerklavier》

● 베토벤 현악4중주곡 제13번 Op. 130과 대푸가 Op. 133

● 바흐 토카타와 푸가 D장조 BWV 565

● 브루흐 《콜 니드라이》Op.47

● 벨리니 오페라 《노르마》 중 <정결한 여신이여>

● 흑인 영가 <거기 너 있었는가>

● 베토벤 교향곡 제6번 《전원》 F장조 Op.68

●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제5번 E플랫장조 《황제》 Op. 73

● 베토벤 바이올린협주곡 D장조 Op. 61

● 모차르트 바이올린협주곡 제3번 G장조 K. 216

● 모차르트 클라리넷협주곡 A장조 K. 622

● 모차르트 플루트와 하프를 위한 협주곡 C장조 K. 299

● 모차르트 플루트협주곡 제2번 D장조 K. 314

● 모차르트 클라리넷 5중주곡 A장조 K. 581

● 알레그리 《미제레레》

●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제2번 BWV 1004중 <샤콘>

● 쇼팽 피아노협주곡 제1번 E단조 Op.11

● 드보르자크 교향곡 제9번 E단조 《신세계로부터》 Op. 95

● 오펜바흐 <자클린의 눈물>

깊어가는 가을밤 좋아하는 클래식 음반을 CD플레이어에 얹어 놓고 그 좋은 소리에 심취해 보는 것은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일 것이다.

[김용수 시민기자 holysea@naver.com]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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