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책] 일상에 찌든 삶, 일침 가하는 식견
[숨은책] 일상에 찌든 삶, 일침 가하는 식견
  • 북데일리
  • 승인 2007.11.06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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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거울 속 내 모습은 의심이 가지 않는다. 자신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그러나 진실은 그렇지 않다. 거울 속의 모습은 반대다. 내부의 시각이 아니라 외부의 시각으로 나를 살펴보아야 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길은 있다. 닫힌 시각이나 편협한 고정관념으로 인해 볼 수 없었을 뿐. 볼 수 없었던 것을 보게 되는 것은 즐거움이자 기쁨이다.

카이스트 전 총장 로버트 러풀린의 <한국인, 다음 영웅을 기다려라>(한스미디어. 2006)는 열린 시각을 갖게 하는 수필집이다. 로버트 러풀린은 한국이 거부한 노벨상 수상자다. 책은 조선일보에 연재한 칼럼을 엮었다.

책은 물리학자의 시각으로 바라본 세상을 그린다. 저자는 과학 만능주의자에 일침을 가한다. 과학의 삶이 전부가 아니며, 삶의 바탕일 뿐, 성공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플로시 메모리가 방명되었다고 해서 성공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노동과 공장 그리고 시장 점유율 등이 종합적으로 조화를 이루었을 때 비로소 진정한 성공을 이룰 수 있는 것. 그래야 우리 삶의 질 역시 높아진다. 저자는 과학이 생활을 떠나서 독립적으로 존재하게 되면 그 가치가 형편없이 추락할 수밖에 없음을 강조한다.

교육의 목표에 대해서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책은 대학의 법인화를 태풍에 비교한다. 그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은 충격이 크겠지만 지나가고 나면 태풍이 끝난 뒤처럼 맑고 향기로운 공기가 그득할 것임을 전한다.

책은 제한된 환경에 갇혀 일상에 젖어 있는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눈을 번쩍 뜨게 만들어주는 지혜를 선보인다. 43 편으로 이루어진 글은 각각 세상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도록 자극이 된다.

카이스트 총장으로서 2 년을 활동한 저자의 탁월한 식견과 독특한 시각은 분명 새롭다. 우리가 놓치고 있던 많은 것들을 지적하고 있다. 물론 그의 생각이 모두 옳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새로운 시각에 귀를 기울일 필요는 있다. 자신을 돌아다보게 할 뿐 아니라, 내일을 향해 희망적으로 나갈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정기상 시민기자 kees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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