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VS책]젊은 문학의 도발, `형식과 내용` 한계는 없다
[책VS책]젊은 문학의 도발, `형식과 내용` 한계는 없다
  • 북데일리
  • 승인 2007.11.05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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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젊은 문학이 도발한다. 형식과 내용. 어느 것에도 구애받지 않는 새로운 소설이 속속 도착하고 있다. 문단 안팎의 화제를 일으킨 중, 단편을 묶어 <바디 페인팅>(실천문학사. 2007)을 낸 박금산, <세상의 서쪽 끝>(생각의나무. 2007)의 작가 김영일을 소개한다.

<바디페인팅>(실천문학사. 2007)은 소설에 각주를 단 특이한 작품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역시 어렸기 때문에 생긴 문제였다” - 각주 : 어리다는 증표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내가 아프면 다른 모든 사람은 건강하다고 여기는 것, 만약 당신이 “나 아파요, 그러니까 당신은 건강하죠?”라고 묻는다면 이 물음은 당신이 아직 어리다는 것을 가리키는 확실한 증표가 된다.

작가가 이런 시도를 보인 데는 이유가 있다. 우울한 문학계의 현실과 소설가의 내면을 그리기 위해서다. 소설의 주인공은 작가 자신이다. 이름도 실명인 ‘박금산’으로 처리하고 있다. 소설은 주인공이 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금을 받아 해외로 연수를 다녀오기까지의 과정을 찰거머리처럼 추적한다.

1-4호라는 제목의 연작은 긴밀하게 엮이며 그늘진 문학판의 현주소를 꼼꼼히 스케치 한다. 수십여 개의 긴 각주가 붙은 실험 소설을 발표한 작가 박금산은 2001년 `문예중앙`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이번 작품은 첫 소설집 <생일 선물> 이후 2년 만에 발표하는 두 번째 작품집이다.

<세상의 서쪽 끝> 역시 <바디페인팅> 못지않게 신선하다. 작가 김영일은 신춘문예는 물론 어느 문예지에도 등단한 바 없는 신인. 소설은 두 겹의 구조라는 특별한 형식을 취한다.

작품 속 주인공 ‘수인’은 소설 속에서도 소설을 쓴다. 중요한 것은 수인이 쓰는 소설이 작가가 쓰는 소설이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는 점. 작가는 이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취하지 않는다. 작가의 독백과 방백이 끊임없이 혼재 하는 동안 독자는 혼란에 빠진다.

“아무것도 아닌 자들의 삶은 과연 무가치 한 것인가?”라는 묵직한 질문과 함께 독특한 구성을 선보이는 이색 소설이다. 작가는 이런 말로 이야기를 맺는다.

“인생은 한 권의 책이 되기 위해 존재한다? 근데 난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인생은 이미 한 권의 책이다. 어쩌면 글쓰기란 독서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나는 인생을 돌이켜 읽었던 것뿐인데.. 이미 여기 한 권의 책이 있다”

두 책은 파격적인 ‘형식’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진중한 주제의식 또한 잊지 않은 눈에 띄는 신작이다.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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