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시 읽기의 재미에 빠지다"
"CEO, 시 읽기의 재미에 빠지다"
  • 북데일리
  • 승인 2007.11.05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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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풀어 쓸 수도 있다. 온갖 미사여구를 덧붙여 쭉쭉 늘려 쓸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것이 혼재된 복잡함 속에서 핵심과 어울리는 단어, 아름다운 표현으로 백 마디의 말을 한 마디로 줄여 쓸 수도 있다. 이것이 바로 ‘시’이다.

어느 순간 시집을 구해 읽기 시작했다. 무척 짧았다. 너무나 간단했다. 두께도 여느 다른 장르의 책의 반의반도 되지 않았다. 크기 또한 반 밖에 되지 않았다. 페이지 당 글자 수 역시 셀 수 있을 정도로 적었다. 그러니 마음먹고 읽기 시작하면 한 권 읽기는 문제도 아니었다.

독서의 어려움을 겪던 어릴 적 필자는 한 권을 완독했다는 기쁨이 있었지만 왠지 모를 공허함이 일었다. 난 시를 읽은 게 아니라, 글자를 읽어 나갔던 것이다. 시 속의 함축된 의미는 시를 읽으며 내 정서로 끌어들인 게 아니라, 그저 표면적인 문장을 훑어갈 뿐이었다.

시를 제대로 읽지 못함을 깨달았고, 그에 따라 흥미도 갖지 못했다. 그래서 시를 접할 기회는 더욱 줄어들었고, 접하더라도 반가이 맞이하지 못했다. 책과 친해지면서 여러 장르의 책을 하나둘씩 완독하면서 마치 모험을 떠나듯 어렴풋이나마 그 재미와 효용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라는 장르는 내게 미완의 과제였다.

시란 눈으로 읽을 게 아니라, 마음으로 느껴야 한다. 시를 제대로 느낄 수 있어야 시를 읽으며 행복해 질 수 있고 그것을 창조적인 영감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어린시절 그 때와 다르게 지금은 시가 다른 장르의 글과는 다르게 대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어색한 건 어쩔 수 없다. 이는 무릇 MBC 무한도전의 형돈과 하하 사이를 연상케 한다.

‘CEO` 라고 하면 고도의 아이디어와 폭발적인 활동력이 넘치고 많은 사람들을 이끌면서 함께 하는 에너지가 가득한 사람이다. 책 <시 읽는 CEO>(21세기북스. 2007)을 처음 접했을 때, 이런 CEO들이 시를 읽는다고 하니 왠지 낯설게 느껴졌다. 하지만 시를 통해 새로운 창조적인 세계를 찾아 나설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후엔 저자 고두현 기자(한국경제신문)의 생각을 명확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책은 CEO 라는 직함에 어울리는 사람을 구체적으로 등장시켜 시의 효용성을 얻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드러내진 않는다. 표제에 쓰인 ‘CEO’는 기업을 이끄는 최고리더를 뜻하기 보다는 자기 인생을 주체적으로 생각하며 인생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삶의 행복을 창출할 수 있는 모든 개개인을 의미한다.

그래서 세 번의 자기창조를 통해 각각의 핵심적인 메시지를 지닌 시를 소개하고, 그 시와 함께 메시지를 보충해서 얘기한다. 억지로 좋은 점을 집어넣으려 하기 보다는 시 라는 부드러움으로 은연중에 체득하게하고 있다. 못다 이해한 바는 뒤에서 다시 한번 되새겨 주는 식이다.

시와 산문의 적절한 조합의 책이다. ‘시’만이 등장하는 시집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좋은 시를 발견할 수 있었고, 그 구체적인 메시지를 다시 한번 보충해서 얘기들을 수 있어 좋았다.

시는 세상을 다르게 보는 방법을 배우게 되고 창조적인 에너지를 공급받는다. 시를 직접 써 봄으로써 세상을 좀더 아름답고 진실 되게 파악하려는 노력을 할 수 있고, 창조적인 영감들을 끌어낼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좋은 시를 만나고 싶고, 그 속에서 새로운 깨달음을 발견하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한다.

[송준일 시민기자 blue00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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