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런 행동이 실제 눈앞에서 벌어지면 어떨까. 오스트리아의 인류 민족학자 카를 그람머는 “시각적 효과뿐만 아니라 후각적 효과까지 더 해진다“고 답한다.
이유는 이렇다. "사춘기에 겨드랑이와 생식기 주변에 털이 나면, 피지선에서 성적인 유인제가 분비되기 시작된다. 머리카락은 성적인 의사소통을 위한 도구로, 늘 향기를 공기 중에 퍼뜨리는 부채와 같은 역할을 한다."
<나, 마이크로 코스모스>(들녘. 2007)의 저자 베르너 지퍼는 머리카락의 색다른 역할에 주목한다. 그는 “의학적으로만 볼 때 머리카락은 필요없다.”는 심리학자 로날드 헨스의 말을 빌려, “머리카락에는 보호하거나 따뜻하게 하는 기능은 거의 없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지퍼가 든 또 다른 예로 현대 도시인이 연인과 헤어지면서 머리 모양을 바꾸거나, 스님이 머리를 삭발하며 금욕을 표하는 행위, 도발적인 면모를 과시하기 위한 펑크족의 삐친 머리가 있다.
루이 14세 시절 프랑스에서 잘 다듬은 가발이 귀족 신분을 상징했다는 것과 1960년대 장발이 자유의 상징이 됐던 점도 빼놓지 않는다.
책은 저명한 학자들의 인터뷰와 다양한 임상 사례를 통해 ‘나’에 대한 본질적 탐구를 한다. 그 과정에서 밝혀지는 사실이 새롭다. 인간과 사회에 대한 통념을 깨는 의견 역시 흥미를 준다.
[이지영 기자 alla33@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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