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짝 친구 두 인문-자연 과학자의 꽃 이야기
단짝 친구 두 인문-자연 과학자의 꽃 이야기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6.01.12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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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 세상을 보는 법> 이명희, 정영란 지음 | 열림원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30년 지기 두 친구가 함께 쓴 <꽃으로 세상을 보는 법>(열림원. 2015)은 식물들의 생활사를 풀어낸 에세이다. 그녀들은 각각 ‘시 쓰는 인문학자’와 ‘숲 읽는 자연과학자’의 시각으로 꽃과 나무에 대한 사유를 들려준다.

우리가 봄이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매화·동백·목련·벚꽃·산수유·소나무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 식물들의 살아가는 방식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야 할지 삶의 지혜를 들려준다. ‘나무의 연꽃’이라는 목련에 대해 자연과학자가 쓴 글은 이렇다.

“약 1억 년 전, 목련은 백악기 시대에 최초의 꽃 피는 속씨식물로 등장했다. 식물세계의 빅뱅이었다. 이 시기는 벌이나 나비가 나타나기 전이었다. 목련을 찾은 곤충은 벌이나 나비들의 선배 격인 딱정벌레들이었다. 딱정벌레는 날개가 두껍고 딱딱하며 큰턱이 발달하여 씹기에 좋은 입을 가졌다. 따라서 딱정벌레들이 다녀간 꽃은 상처를 입어 열매를 제대로 맺지 못한다.

이에 목련은 암술과 수술을 견고하게 만들고, 펼친 꽃잎은 딱정벌레가 머물 수 있도록 위를 향하게 만들었다. 또한 나비나 벌이 좋아하는 꿀을 형성하지 않는데, 그 이유는 딱정벌레가 꿀보다 꽃잎을 먹는 곤충이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이 흘러오면서도 목련은 이 생존방식을 바꾸지 않고 지금까지도 딱정벌레를 매개자로 불러낸다. 그래서 목련을 ‘살아 있는 화석식물’이라 부른다.“ (p.60)

그렇다면 인문학자가 본 목련은 어떤 모습일까? 그녀는 목련을 통해 ‘시절인연’을 이야기 한다. 30대 후반 ‘투쟁하는 마음 하나로’ 떠난 뉴욕에서 매서운 3월에 만난 목련. 영어로 목련이 ‘매그놀리아(Magnolia)'라고 알려준 할아버지 선생님을 만났고 목련이 자신의 운명을 바꾸어놓았다고 전한다. 또한 ‘목련의 용맹을 처연히 노래하는’ 김경주 시인의 시 <木蓮>을 들려준다.

“얼마나 많은 거미들이 / 나무의 성대에서 입을 벌리고 말라가고서야 / 꽃은 넘어오는 것인가 / 화상은 외상이 아니라 내상이다 / 문득 목련은 그때 보인다 / 이빨을 빨갛게 적시던 사랑이여 / 목련의 그늘이 너무 뜨거워서 우는가 / 나무에 목을 걸고 죽은 꽃을 본다 (중략)” (p.72)

저자는 이 시의 백미가 ‘이빨을 빨갛게 적시던 사랑’이라며 이 부분에서 자신의 ‘심장까지 빨갛게 젖어 들어간다’고 전한다. 그녀에게 있어 ‘목련은 툭툭 목을 놓아 떨어지는 모란꽃’ 같다. ‘붉은 울음을 울 줄 아는 종족은 화상이 외상이 아니라 내상임을 잘 알고 있다’고 말한다.

자연과학자는 꽃이 현재의 모습을 띠게 된 경위를 진화론적인 시각으로 전한다. 인문학자는 꽃이나 나무에 연관된 문학이나 예술을 통해 삶의 고통과 향기를 읽어낸다. 단짝 친구가 함께 쓴 책이라 의미가 깊다. 각자 다른 분야의 공부를 하면서 살아온 두 사람이 서로 조화를 이루는 모습도 보기 좋다. 그녀들의 우정도 이 책의 꽃들처럼 활짝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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