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신 "난 자주 울었고, 자주 길 떠나..."
박범신 "난 자주 울었고, 자주 길 떠나..."
  • 북데일리
  • 승인 2007.10.26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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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주 울었고, 자주 술에 취했고 또 자주 길을 떠났다. 천지를 흐르다 보면 내 자신이 허공이 될 수 있을 거 같았다. 유랑은 그렇지만 아직도 계속 되고 있다. 카일라스 역시 하나의 과정 이었다”

[북데일리] 소설가 박범신이 명상에세이를 냈다. 제목은 <카일라스 가는 길>(문이당. 2007). 본문이 시작되기 전, 인상적인 `포문`이 등장한다. 내용은 이렇다. 오래 전. 박범신은 어느 박수무당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

“우리 같은 무당이나 중 될 팔자가 있네요. 중 됐으면 명줄 걸고 용맹정진, 큰 깨달음을 얻었을 거요”

이에 박범신은 크게 웃고 말았다. “저잣거리의 폭발하는 욕망을 다 버리고 무슨 재미로 살겠는가”라고 생각했다. 주변의 반응 역시 그랬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박범신은 종종 이런 상념에 빠져든다.

“자주 그이의 말이 내 영혼에 들어와 심지로 박혀 있는 걸 본다. 내가 그리는 것들의 태반은 저잣거리에 있지 않다. 요컨대 삶은 유한하고 내가 그리는 불멸의 사랑은 대부분 하늘에 있기 때문이다”

박범신은 자주 슬펐다. 그 생각의 단층에 쫓겨 괴로웠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유랑이었다. 해발 6,714미터에 불과하나 히말라야 산맥의 8,000미터가 넘는 그 어떤 봉우리보다 경배 받는 성스러운 산 카일라스. 그곳을 향해 짐을 꾸렸다.

<카일라스 가는 길>에 실린 경이로운 사진과 힘찬 문장은 박범신의 영혼, 그 전부다. 길 떠 나는 이의 발가벗겨진 욕망과 성찰이 혼재 되어 읽는 이를 흔든다.

“‘너는 무엇을 찾으려 하느나’ 카일라스는 밤낮없이 내게 묻는다. 그것은 시작이고 끝이고 물음표다. 이 책을 읽는 당신에게도 카일라스가 그렇게 들어가 박혔으면 좋겠다. 당신과 함께 떠나고 싶다. 떠도는 길에서 동행자를 만나는 건 신이 주신 행운이 아니겠는가”- 박범신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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