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cm의 가시고기 `감동 주는 일생`
11cm의 가시고기 `감동 주는 일생`
  • 북데일리
  • 승인 2007.10.23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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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졸졸 흐르는 맑은 소리. 비릿한 이끼 냄새. 투명함이 살아있는 강에 두 마리의 물고기가 어른거린다. 생명을 품은 `큰 가시고기` 두 마리. 움직임이 바쁘다. 곧 알이 태어날 것 같다.

`가시고기`는 제법 귀에 익은 물고기다. 지난 2000년에 출간되어 뭉클한 감동을 주었던 <가시고기>(2000.오딧세이닷컴) 덕분이다. 출간당시 아빠 가시고기에 비견되는 주인공의 희생에 서점가엔 따뜻한 흥분이 가득했다.

하지만 혼동하면 안 된다. 흔히 자신을 희생해 새끼를 지키는 게 가시고기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은 다르다. 가시고기, 잔가시고기, 큰 가시고기 중 큰 가시고기만이 새끼를 키우고 죽는다. 나머지는 둥지를 만들고 알을 보호한다.

학명 Gasterosteus aculeatus aculeatus인 큰 가시고기의 최대 몸길이는 11cm다. 몸은 가늘고 길며 옆으로 납작하다. 꼬리자루는 유난히 가늘다. 아래턱이 위턱보다 튀어나와 있고 몸 옆면에는 18∼35개의 비늘판이 있다. 측선은 뚜렷하고 아주 작은 구멍이 나 있다. 등지느러미가시는 3개로 서로 떨어져 있다. 보통의 가시고기보다 약 3~4cm정도 크다.

산란기는 3∼4월인데, 연해에 살다가 산란을 위해 하천으로 몰려온다. 물이 많고 흐름이 완만한 시냇가나 도랑에 들어가 화본과식물인 물풀의 뿌리나 줄기 등에 둥지를 틀고 산란한다. 암컷은 산란 후에, 수컷은 육아 후에 죽는다. 분포지역은 한국, 일본, 사할린 섬, 연해지방, 북아메리카, 유럽 등지다.

<큰 가시고기 이야기>(2007. 시공주니어)는 이 특별한 물고기의 생애를 담담하게 담아내고 있다. 그들의 일생을 가식 없이 소박하게 담아냈지만 감동의 폭만은 소박하지 않다.

사실 손해 보지 않으려고 영악해진 현대인들에게 `희생`이라는 단어는 낯설기만 하다. 거기에 비하면 흔히 미물이라 불리는 11cm의 이 작은 믈고기가 펼치는 사랑은 절로 부끄러운 마음이 들게 한다.

어쩌면 누군가는 알을 낳고, 돌보고, 죽는 이 단순한 삶을 읽고 ‘허무하다’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길러 본 부모라면 누구나 사랑과 희생으로 순환되는 거대한 자연의 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신주연 시민기자 snow_fores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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