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논술 신`의 글쓰기법 "재밌네"
일본 `논술 신`의 글쓰기법 "재밌네"
  • 북데일리
  • 승인 2007.10.23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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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어른들은 종종 아이들에게 말한다. ‘책 좀 읽어!’라고. 한데 ‘글 좀 써!’라는 말은 좀처럼 하지 않는다. 책읽기보다 글쓰기를 덜 중요하게 여겨서다.

그러나 일본에서 ‘논술의 신‘이라 불리는 히구치 유이치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초등 글쓰기가 아이의 10년 후를 결정한다>(팜파스. 2007)에서 “쓰기 능력을 기른다는 것은 스스로 살아나가는 힘을 키우는 일”이라며 글쓰기의 중요성을 주장한다.

사실 제 힘으로 글을 쓸 줄 아는 아이가 모국어 구사도 잘한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작문 능력은 사회생활을 해나가는 데도 큰 힘이 된다. 문제는 이러한 능력이 단기간에 쌓아지지 않는다는 것. 때문에 부모들은 학교에 입학한 아이가 글쓰기 습관을 익히고 그 시간을 즐길 수 있도록 미리부터 도울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를 실행하기란 쉽지 않다. 아이들이 싫어하는 작문 숙제는 어른들에게도 고역스러워서다. 그래서 많은 부모들이 아이를 글짓기 학원으로 내몰거나 ‘언젠가 잘 쓰겠지’ 하는 생각으로 방치하곤 한다. 아이가 쓴 글을 읽어도 진지한 충고나 첨삭을 해주는 부모는 드물다

‘어떻게 써야 해요?’ 하며 울상 짓는 우리 아이, 글쓰기를 즐기는 아이로 이끌 수는 없을까? 방법은 있다. 이 책 <초등 글쓰기가 아이의 10년 후를 결정한다>를 펼쳐보자. 부모들도 쉽게 가르칠 수 있는 글쓰기 비법이 가득하다.

준비 운동 : 글쓰기에 흥미를 갖게 하는 방법

▲자신의 경험과 느낌을 상대방이 이해하도록 설명하게 하라

▲상황을 요약하기보다는 상황에 대한 사전 정보를 제공하라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와 각종 매체를 공유하라

▲선생님이나 친구들의 험담을 하게 해보라

▲신문 투고란 등을 이용해 의견을 교환하라

가장 먼저 아이에게 글쓰기를 좋아할 계기를 마련해줘야 한다. 저자는 “아이들이 즐겨하는 게임이나 만화 등을 활용하라”고 권한다. 공부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더라도 아이가 좋아하고 심취해 있는 대상을 응원함이 바람직하다는 이야기다. 이는 아이에게 ‘글쓰기는 즐거운 일’이라는 생각을 심어주는 가장 빠른 길이다.

글쓰기의 기본 형식 : 홉-스텝-점프-착지

▲홉-지금부터 무엇에 대해 쓰려고 하는지를 간단히 예고한다. 두세 줄 정도로 짧게 써도 상관없다.

▲스텝-벌어진 사건을 적는다. 전체 분량의 약 20퍼센트.

▲점프-여러 사건들 중에 가장 큰 사건을 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 뒤집어서 생각해본 일 등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글의 클라이맥스로 전체의 40~60퍼센트가 적당하다.

▲착지-매끄럽게 정리해서 안전하게 착지시킨다.

아이가 글쓰기에 흥미를 붙였다면, 원고지 위에서 맘껏 놀게 할 일이 남았다. 이때, 자유롭게 쓰고 놀도록 내버려두는 것은 금물이다. 그보다는 먼저 아이가 기본기를 갖추게끔 도와야 한다. 저자가 제시한 글쓰기의 기본 형식은 ‘홉-스텝-점프-착지’로, 이를 따르면 어떤 종류의 글이든 공감도 높은 자연스러운 글이 된다고. 책에는 원고지 작성법에 맞춘 다양한 예문이 나와 있어 실제 지도에 활용할 수 있다.

실전 첨삭 지도 : 나쁜 첨삭과 좋은 첨삭

▲나쁜 첨삭-오탈자나 문체에만 신경 쓰는 태도, 아이의 흥미를 떨어뜨리는 도덕적인 설교, 표현의 부자연스러움이나 비현실성만 지적하는 태도

▲좋은 첨삭-네 단계 구성 체크, 재미있고 참신한 표현 칭찬, 잘 쓴 한 문장 찾아주기

부모는 자기 아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다. 따라서 자기 아이의 글을 첨삭하는 데 가장 적합한 교사이기도 하다. 첨삭 방법은 어렵지 않다. 우선 아이가 ‘홉-스텝-점프-착지’라는 네 단계 구성을 지키도록 유도하자. 자잘한 부분이나 문법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도덕적인 설교를 늘어놓기보다 자유로운 상상 속에서 기발한 표현을 구사하도록 격려하자. 이 책에 실려 있는 좋은 첨삭과 나쁜 첨삭의 예가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오늘부터 아이들과 편지나 일기 등 간단한 글을 주고받는 것은 어떨까? 아이와 똑같은 책을 읽고 감상문을 써보는 것은? 가정에서 부모들이 먼저 글 쓰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아이가 글쓰기에 적대감을 갖는 일은 없으리라. 흥미를 붙이고 기본기를 닦아 부모에게 첨삭 받기까지, 글쓰기의 전 과정은 더욱 즐거운 활동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고은경 시민기자 rad83@naver.com]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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