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멘토` 될 수 있는 그림책의 힘
`인생의 멘토` 될 수 있는 그림책의 힘
  • 북데일리
  • 승인 2007.09.03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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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여러분에게 제법 귀에 익은 이야기 하나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무수한 세월을 통해 검증받은 명작동화 중 하나지요. 한 번 귀 기울여 보시겠어요?

“옛날 옛날에 아기돼지 세 마리가 살고 있었어요. 어느 날 아기돼지들은 세상으로 나가 각자 집을 하나씩 짓기로 했어요. 첫 번째 돼지는 볏짚으로 집을 지었어요.”

아니, 벌써 시큰둥한 표정을 짓는 분이 계시다니! 이미 다 알고 있는 이야기라구요? 그래도 어릴 적 읽었던 그림책의 향수를 떠올리며 다시 한 번 들어주세요. 이왕이면 머릿속에 동화의 장면을 연상하면서요.

“그러자 늑대가 나타나 문을 두드리며 말했어요. ”아기 돼지야, 나 좀 들여보내줘~!“ 아기돼지가 대답했어요. ”안 돼, 안 돼. 절~ 절~ 절대로~“ 늑대가 말했어요. ”그럼 입으로 훅 불어 네 집을 폭삭 주저앉게 만들테다.“ 늑대가 훅~불고 푹~불었어요. 초가집이 폭삭 내려앉았어요.”

어라?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죠? 늑대가 너무 힘껏 불어버린 바람에 집 안에 있던 아기돼지는 이야기 밖으로 날아갑니다. 그림책 속의 주인공이던 그가 그림책속도, 독자가 존재하는 공간도 아닌 3차원의 세계로 날아간 것입니다.

“늑대는 아기돼지를 꿀꺽 먹어버렸어요.”라고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하지만 늑대의 표정은 전혀 기뻐 보이지 않는군요. 돼지가 사라져 당황하는 표정이 역력합니다.

황당한 사건으로 배를 채우지 못한 늑대는 옛 이야기의 설정대로 움직입니다. 나무로 집을 지은 둘째 돼지네 집으로 가는 것이죠. 이번에도 후~욱 세게 입김을 불어봅니다. 아! 그런데 정말 이상한 일입니다. 둘째 돼지조차 3차원공간으로 사라졌거든요. 머리를 긁적이는 늑대의 표정이 재미있습니다.

먹이를 포획하지 못한 늑대가 벽돌로 집은 세 번째 돼지의 집을 찾아가는 순간. 세 마리의 돼지는 이야기 속을 벗어나 새로운 공간을 활보합니다. 그들에게 위기가 될 뻔했던 장면들은 낱장으로 흩어진 채 3차원의 공간을 훨훨 날아가고 있군요!

그 중 벽돌집을 노리는 늑대의 페이지는 종이비행기로 접히는 운명에 처합니다. 종이비행기를 타고 새로운 세계를 누비는 아기 돼지 삼형제. 과연 그들의 여정은 어떻게 끝이 날까요?

말 없는 그림책으로 세 차례에 걸쳐 칼데콧상을 받은 작가 데이비드 위즈너. 그가 펼쳐낸 <아기돼지 세 마리>(2001. 마루벌)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명작에게 새로운 공간을 선물합니다. 덕분에 돼지들은 나약한 희생자에서 스스로의 길을 찾아가는 영리한 존재로 변신합니다. 또한 독자는 주어진 이야기 외에 또 하나의 가상공간을 얻어 다양한 시점을 확보하는 행운을 누리게 되지요. 십년이상의 구상기간을 가진 이 작품은 ‘익숙함에 대한 환기‘라는 측면에서 웬만한 창작을 능가하는 기발함을 느끼게 합니다.

우리는 이 한 권의 책에서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됩니다. 어린 시절 교육적 목적으로 마주하는 흔한 동화책이 아니라 인생의 길을 걸어가는데 있어서 적용될 또 하나의 시점을 갖게 되는 것이죠.

‘아이들의 세계’라고 치부되어왔던 그림책은 한 인간의 가치관 속에 자리 잡아 평생의 지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데이비드 위즈너의 <아기돼지 세 마리>는 유년기에 접하는 동화의 질이 왜 중요한지 새삼스레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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