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내에게선 해리포터에게 없는 결정적인 매력이 있다. 바로 실존인물이라는 것. 상상해보라, 우리의 땅에 살던 이가 부리던 신묘한 도술의 세계를.
<전우치전>은 자취를 찾기 힘든 우리나라 고전 중 제대로 알려지지 않던 고전이다. 오래전부터 알고 있음에도 연구가 미흡했던 작품 중 하나다. 전해 내려오는 여러 고서에는 `전우치`라는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믿기 어려운 도술을 부렸다는 내용이 많은데 여러 기록을 종합적으로 검토해보면 전우치가 실제로 살아있던 인물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송와잡설>, <어유야담>, <해동이적>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이 중 <해동이적>을 살펴본다.
"전우치는 도술을 하는 선비인데 글에도 능했다. 일찍이 기재 신광한의 집에 가니 송인수라는 사람이 와 있었다. 기재는 인수를 돌아보고 우치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그대는 전에 이 손님을 몰랐던가? 도사 전공이 이분이다."
인수가 말했다.
"언제나 책 속의 인물인 듯 소문으로만 들었는데 이제야 만나게 되어 안타깝습니다."
기재가 말했다.
"그대가 왜 공에게 장난을 한 가지 해 보라고 부탁하지 않는가?"
우치가 웃으면서 말했다.
"무슨 장난이 있겠습니까? 그만두겠습니다."
주인집에서 물에 만 점심밥을 내왔다. 우치는 바야흐로 먹다가 뜰을 향해서 밥알을 내뿜으니 모두 흰 나비가 되어 펄펄 날아갔다."
이 짤막한 일화에서 느껴지는 것은 우리다운 판타지이다. 밥알이 흰 나비가 되어 펄펄 날아가는 정경. 한 폭의 동양화 같지 않은가?
<전우치전>은 알려지지 않은 고전을 재조명했다는데 가장 큰 점수를 주어야 할 것이다. 김진섭 작가는 옛날문헌에 실재하는 전우치의 기록들을 담아 인물에 대한 신빙성과 입체감을 불어넣어주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에 현존하던 신비로운 인물. 매력적이지 않은가? 아이들이 친근하게 꿈꿀 수 있는 판타지. 현대적 감각으로 다시 태어난 전우치가 우리의 옛 이야기가 사랑받을 수 있도록 진정한 도술을 부려보길 기대한다.
[신주연 시민기자 snow_fores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