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없는 세상 `멋진 그림책 여행`
문자없는 세상 `멋진 그림책 여행`
  • 북데일리
  • 승인 2007.08.27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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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 싫어하는 아이는 어떻게 책을 읽어줘야 하나요?”

[북데일리] 적지 않은 부모님들이 가지고 있는 의문입니다. 각자의 경우가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일방적인 독서에 싫증을 느끼곤 합니다.

가장 재미없는 책 읽기는 활자를 그대로 읽어내는 것 입니다. 생각해보세요. 아이들이란 줄거리와 상관없는 그림에 몰두하기 일쑤죠. 이럴 때 부모님들은 아이의 발견에 기뻐하기보다 내용에 다시 집중시키기 마련입니다. 활자의 족쇄에서 벗어나기 힘들다고나 할까요. 우리는 종종 아이들에게는 그림이 말을 걸어온 다는 것을 잊어버리곤 합니다.

이럴 때 아예 글자가 없는 책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요? 지면에 가득한 문자를 읽어 줘야 하는 강박이 사라진 순간. 어쩌면 나침반 없이 대륙여행을 준비하듯 막막한 느낌이 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걱정 마세요. 여러분에게는 동심으로 똘똘 뭉친 아이들이 있잖아요. 그들이 글자 없는 그림책 여행의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랍니다.

그러면 이쯤에서 그림으로만 근사한 이야기를 엮어가는 작가를 소개해야겠군요. 일생에 한 번 받기도 힘든 칼데콧상을 자그마치 세 번이나 수상한 놀라운 작가죠. 바로 `데이비드 위즈너`입니다.

칼데콧상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도 계시겠죠? 칼데콧상은 ALA(American Library Association; 미국 도서관 협회)가 매해 전년도에 미국에서 출간된 그림책 중 가장 뛰어난 작픔의 일러스트레이터에게 수여하는 상이랍니다.

그림에 글을 싣지 않는 데이비드 위즈너의 스타일대로 그를 소개하는데 있어서는 백 마디의 말 보다 작품하나를 소개하는 것이 나을 듯 합니다.

<구름공항>(2002. 중앙출판사)은 그림을 읽어내는데 익숙하지 못한 이들에게 적합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토리가 명확하게 보이거든요. 사실 <구름공항>이라는 제목자체가 조금 무색하기도 합니다. <구름공항>이라는 말로 하나의 이야기를 암시하고 있으니까요. 실제로 원서의 표제를 살펴보면 으로 되어있습니다. 어떤 스토리도 담아낼 수 있는 제목이죠.

하늘에서 비교적 가까운 높은 빌딩. 누구의 이름도 가질 수 있는 주인공은 그 곳에서 새로운 친구를 만납니다. 자유자재로 변신이 가능한 구름친구지요. 그 구름을 타고 다다른 곳은 수많은 구름이 탄생하는 정체불명의 장소. (흔히들 구름공항이나 구름공장이라고들 부르지만 그 이름을 규명하는 것도 각자의 자유 아니겠어요?)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은 각양각색 자유로울 것 같지만 이곳에서의 구름들은 각자의 도면을 들고 다닙니다. 아마 구름을 디자인하는데 나름대로의 엄격한 규칙이 있나봅니다. 이 발랄한 구름 녀석들의 표정을 보세요. 자신들의 모습에 싫증난 게 분명하군요. 도면을 쳐다보는 얼굴에 불만이 가득하네요.

이들의 마음을 알아차린 주인공은 멋진 그림솜씨로 새로운 구름도면을 그려냅니다. 어류에 대해 관심이 많은지 그가 그려낸 물고기들이 심상치 않군요. 이 멋진 구름디자인에 반한 구름친구들. 자기들끼리 번호표를 발급받아 가며 모습을 바꾸는데 열심이네요.

구름답지 않은(사실 이것도 누구의 기준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들의 형상에 깜짝 놀란 관계자들은 소년을 찾아냅니다. 그리고 원래 있던 세상으로 돌려보내죠. 이렇게 이야기는 끝나는 걸까요?

아이들과 이 동화를 읽다보면 주인공은 소년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소년을 데리러 온 구름일 수도 있고, 획일적인 구름을 양산하는 관계자일 수도 있죠. 주인공 바꾸기, 줄거리 바꾸기, 제목 바꾸기 등 이 한 권의 책으로 수십 가지의 이야기를 탄생시킬 수도 있습니다.

마그리트와 달리의 영향을 받아 빚어낸 초현실주의적인 데이비드 위즈너의 작품은 청소년기 르네상스 미술에 심취해있던 흔적이 배어나는 사실적인 묘사로 우리의 상상을 구체화 시켜줍니다. 우리의 삶과 멀지 않은 현실적인 공간묘사와 거기서의 일탈은 오히려 당장 내 곁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것 같은 기대심리를 만들어가는 것이죠.

말없는 그림책으로 우리에게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 수 있도록 배려한 데이비드 위즈너. 그의 작품은 우리에게 아이들의 눈높이로 그림을 읽어내는 방법을 알려줄 것 입니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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