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내용 가려버린 북 디자인 "아쉬워"
책 내용 가려버린 북 디자인 "아쉬워"
  • 북데일리
  • 승인 2007.08.23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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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전래’는 안식처다. 화려한 외국작가들의 작품 속에서 우리다움을 느낄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르이기도 하다. 동화 <오늘이>(2007. 봄봄)는 전래의 묘미를 느끼게 하는 수작이다. 소녀 오늘이가 부모님을 찾아 떠나는 신비로운 여정이 줄거리를 이루고 있다.

이 작품을 돌아보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은 동양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색다른 일러스트. 동양화를 전공한 일러스트레이터 조수진의 작품이다. 그는 한지에 그림을 그려 작품을 완성했다. 본래 미색을 띄는 한지의 색상을 곳곳에 여백으로 남겨둠으로서 물감에서는 느낄 수 없는 독특한 질감을 남긴다.

반쯤 비치는 한지의 특성을 십분 활용, 한지의 뒷면에 꽃무늬를 그려 넣어 잔잔하게 비치게 한 아이디어도 돋보인다. 뒷면에 그려진 꽃무늬는 주제가 되는 그림을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화려함을 자랑한다.

물감의 농담, 평면적 구도, 전통문양을 차용한 패턴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한복의 자수에서 볼 수 있는 꽃문양을 배경으로 사용한 것 또한 일러스트의 매력에 힘을 더한다. 그럼에도 현대적 감각을 잃지 않는 것은 화려한 색채와 깔끔하게 정리된 외곽선 덕분이다. 신화를 재현해 낸 작가는 서정오다.

아름다운 스토리와 완성도 높은 일러스트에 비해 안타까운 것은 책의 디자인이다. 우선 표지부터 살펴보자.

<오늘이>는 서체는 캘리그라피이다. 우리말로 `손멋글씨`라고도 한다. 전체적으로 가늘고 평면적인 일러스트와 너무 닮아서 제법 큰 글자크기에도 불구하고 가독성이 떨어진다.

이 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세련되지 못한 느낌이다. 책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표지에서 이 책은 힘을 잃는다. 좀 더 힘찬 필체를 사용하거나 제목만 특수처리를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내지 또한 아쉽기는 마찬가지. 동양화의 여백의 미는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미완의 멋에 있다. 헌데 사방에 하얀색 테두리를 남기고 그림을 잘라버림으로서 무한의 세계와 연결될 수 있는 동양적 상상력을 단절시킨다. 아쉬운 부분이다. 일러스트레이터가 마련한 주요 여백에 글자가 꽉꽉 들어차있는 것도 그림의 빛을 바래게 한다. 이는 편집으로 충분히 커버될 수 있는 문제이다.

한국적 정취가 물씬 풍기는 아름다운 이야기 <오늘이>. 이 아름다운 책이 디자인 문제로 더 많은 아이들과 만나지 못하게 된다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독자의 심리는 구매와 직결되어있다. 이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디자인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오늘이>의 아름다움이 전해지도록 북 디자인이 보강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신주연 시민기자 snow_fores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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