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VS책] 남자 때문에 울어본 여자를 위해
[책VS책] 남자 때문에 울어본 여자를 위해
  • 북데일리
  • 승인 2007.08.20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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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실연 뒤에 남는 건 불신과 허망이다. 남들에겐 계절처럼 오고 간다는 사랑이 왜 이리 쉽지 않은 건지. 비명 같은 아우성을 쳐보지만 다시 오는 연애의 끝은 역시나 실패. 도대체 이유가 뭘까.

“모든 것에는 능하지만 연애에만 약한” 여자들을 위한 두 권의 책이 출간 됐다. 자신타 티난의 <결혼해도 좋은 남자 연애만 해야 될 남자>(행복한발견. 2007)와 무라카미 류의 <성공연애특강>(랜덤하우스코리아. 2007)이 그것. 모두 ‘성공적인 연애’를 돕는 가이드북이다.

두 책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바로 저자 때문이다. 먼저 들여다 볼 책은 <결혼해도 좋은 남자 연애만 해야 될 남자>. 저자 자신타 티난은 12년 동안 저널리스트로 활동했으며 지금은 호주 스카이 뉴스의 진행을 맡고 있는 방송인이다.

그녀의 전공은 신문방송학이지만, 연기에 대한 열정으로 본격적인 연기 수업을 받기도 했다. 이후 두 편의 단편 영화 시나리오를 썼고 주연까지 맡았다. 시드니 앙상블 극장의 <버자이너 모놀로그>, 달링 허스트 시어터 컴퍼니의 <클로저>는 그녀의 대표작이다.

이처럼 모든 것에 다재다능한 그녀가 연애 가이드북을 쓰게 된 데는 아주 특별한 사연이 있다. 바로 32살 되던 해, 4년 동안 사귄 남자친구에게 ‘이별통보’를 받았던 것. 커다란 고통을 겪은 그녀는 그제야 철저히 혼자가 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책을 쓰기 시작했다. 독자층은 명확했다. 모든 어려움의 한 가운데 서 있다고 생각하는 여성. 바로 그들을 위한 이야기를 쓰겠다는 각오로 집필에 몰두했다. 책이 던지는 화두는 분명하다. 결혼해도 좋은 남자, 연애만 해야 될 남자를 구별 하라는 것.

다음은 자난타 티난이 말하는 ‘싹수가 노란 남자’. 지금 이런 남자를 만나고 있다면 결혼은 일단 보류하라.

▲전 여자친구와 헤어진 지 두 달이 채 안 되는 남자

▲자기는 절대 자고 가지 않으면서 여자에게는 자고 가라고 붙잡는 남자

▲만난 지 한 달도 안 돼 가족, 친구들에게 내 여자인 양 소개하는 남자

▲문자 메시지는 자주 무시하면서, 데이트 신청은 문자로 보내는 남자

▲나에 대해서 묻지 않는 남자

▲자주 연락이 두절되는 남자

▲툭하면 혼란스럽다,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는 남자

위 책이 여자 입장에서 건넨 동지애 적 조언이라면 <성공연애특강>은 반대다. 이 책의 저자는 소설가 무라카미 류. 국내에도 두터운 독자층을 갖고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다.

책은 연애와 결혼의 실제를 날카롭게 파헤친다. “무료한 인생보다는 실연이 낫다”거나 “연애는 노동이 아니니 절대 열심히 할 필요가 없다”는 이색 주장을 펼친다.

무라카미 류가 말하는 성공적인 연애는 매우 ‘현실적’인 것이다. 줄어들지 않는 몸무게, 늘지 않는 연봉 등의 암초를 거둬 줄 백마 탄 왕자 찾는 기술 따위는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오히려 ‘보기 싫은’ 현실들을 적나라하게 쏟아 놓고 연애와 결혼에 대한 환상을 거침없이 까발린다. 그는 이 같이 묻는다. 다음 질문에 하나라도 긍정했다면 당신의 연애는 위험하다.

▲당신은 자신보다 연봉이 낮은 남자와 연애(결혼)할 수 있는가?

▲당신은 상대를 위해 희생하는 것을 애정이라고 생각하는가?

▲당신은 결혼이라는 제도가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책은 모든 문제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게 만든다. ‘000 하는 법’ ‘000 팁’ 등을 제공하지 않음에도 어떤 연애가이드보다 구체적인 답을 보여주는 것이 이 책의 힘. ‘무라카미 류’라는 이름값을 해내는 지적인 책이다. 현재 연애 중이거나, 잠정 휴식 기간에 있는 여성 모두에게 필요한 두 권의 책이다.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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