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체험` 실화에서 엿본 소중한 일상
`죽음 체험` 실화에서 엿본 소중한 일상
  • 북데일리
  • 승인 2007.08.17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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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항상 똑같이 돌아가는 일상. 우리 모두는 그렇게 다람쥐가 쳇바퀴를 돌듯이 언제나 비슷한 하루를 보내며 무료해 한다.

"뭔가 특별한 일 없을까? 매일 똑같다니 정말 지겹군."

"여름 휴가가 정말 기다려진다. 아....지긋지긋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

여기저기서 반복되는 삶을 지루해하는 불평들이 들려온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간의 소중함을 잊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내가 일분 후에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된다면 어떨까? 그 순간에도 여전히 반복되는 생활은 지루함으로만 기억될까?

권기태의 <일분후의 삶>(랜덤하우스코리아. 2007)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갑자기 죽음과 마주쳐야 했던 12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에 나오는 주인공들이 특별한 사람들이 아닌 우리의 이웃들이었다는 점, 책 속에 담긴 이야기가 모두 실화라는 점은 더욱 깊은 감동을 전해준다.

책은 여러가지 상황속에서 다가온 죽음의 모습을 그린다. 설레이는 마음으로 나갔던 첫 항해 실습에서 갑자기 일어난 폭발사고로 배가 난파되어 다가오게 된 죽음, 많은 돈을 벌 꿈에 젖어 처음 배를 타고 떠났다가 바다 한 가운데 내던져졌을 때 다가온 죽음, 직장 동료들과 기분좋은 회식을 마치고 귀가하는 길에 하수도에 빠져 만났던 죽음....

이렇듯 책 속에 그려진 죽음은 특별한 상황, 특별한 환경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그냥 흘러가는 우리 각자의 일상 속에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 앞에 다가와 있는 것이다.

우리가 느끼지 못하지만 언제나 우리곁에서 우리와 보조를 맞추고 있는 죽음의 그림자....이 쯤되면 책이 전하는 메세지는 `일상을 감사하고, 죽음을 피하도록 조심하라`정도가 될 것이다. 무더운 여름을 겨냥한 공포서적도 아니고, 인간의 삶을 심각하게 분석하고 있는 종교서적도 아닌데 책이 담고 있는 메세지가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일상의 감사라니 엉뚱하다.

당연히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죽음이나 감사는 아니다. 저자는 죽음 자체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기 보다는 죽음을 마주한 인간의 모습을 전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죽음의 위기에 처했던 `생존자`들이지 `사망자`가 아니라는 점이 그 사실을 뒷받침한다. 바로`인간다움` 이것이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바이다.

책 속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죽음 앞에서 자신보다 타인을 먼저 바라본다. 말이 쉽지 사실 목숨이 오가는 상황에서 타인까지 배려할 여유를 갖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하나밖에 없는 구명튜브를 남에게 던져주는 용기, 히말라야의 빙벽에 매달려서도 부상당한 동료를 끝까지 저버리지 않는 따뜻한 동료애, 자신의 팔을 절단하게 만든 원인을 제공한 아이를 원망하지 않았던 태권도사범 등을 통해 저자는 인간다움을 말한다.

책읽기를 마치며 필자에게도 이런 `인간다움`의 용기가 있을까 자문해봤다. 선뜻 답하기 어려운 물음이었다. 아마 이 물음에 선뜻 `있다`라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이 물음에 선뜻 답을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평소에 이런 물음 자체를 스스로에게 묻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일분후의 삶`을 통해 모두가 진정한 `인간다움`의 용기에 대해 자문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문아름 시민기자 milleddu@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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