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과 딸` 선택의 갈림길에 선 그녀
`애인과 딸` 선택의 갈림길에 선 그녀
  • 북데일리
  • 승인 2007.08.17 09: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북데일리] 사랑에도 종류가 다양하다. 사랑의 가치를 종류에 따라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 아니 그 중요도에 차이가 있을 수 없다. 그럼에도, 사랑을 통해 얻는 느낌은 제각각 다르다.

같은 사랑이라 해도 개인에 따라 체감하는 정도는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바로, 거기서 삶의 묘미를 찾을 수 있다. 사랑이 모두 천편일률적이라면 삶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런 고민에 도움을 주는 책이 있다. 독일 작가 엘케 슈미터(Elke Schmitter) 의 <자르토리스 부인의 사랑>(황소자리. 2006)이 그 주인공. 한여름 더위를 싹 가시게 하는 감동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문득, 살다보면 허무함을 떨쳐버리기 힘들다. 세상을 아무리 열심히 살고 있더라도, 문득 가슴에 차오르는 회의감을 주체하기 힘들다. 크기나 느낌의 정도만 다를 뿐, 누구에게나 엄습하는 외로움이다.

소설의 주인공 자르토리스 부인도 마찬가지였다. 물질적으로 부족할 것은 없었다. 비록 다리 하나를 의족을 사용하는 남편 에른스트였지만,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은 그 누구보다도 깊은 성실한 가장이다.

집안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며느리인 그녀를 끔찍하게 사랑하는 시어머니도 있다. 엄마의 태도에 반항하는 딸 다니엘라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거기에, 일 할 수 있는 직장도 있고 지위 또한 확고하다. 무엇 하나 부족할 것 없는 여자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의 마음에 욕망이 불거진다. 단조로운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 이로 인해 만난 남자가 미카엘이다. 이때부터 불륜이 시작된다. 두 사람은 이를 사랑이라고 말한다. 한 순간의 불장난이 아닌, 맑고 순수한 사랑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감정은 영원하지 않다. 불처럼 타오른 이들의 사랑은 베니스 행이 불발로 끝나며 갈등이 고조되고 결국, 이별을 맞게 된다.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일까. 나름대로 이런 생각을 해봤다. 주인공 자르토리스의 미카엘에 대한 사랑도 아름답지만, 딸에 대한 사랑 또한 위대한 것이라고 말이다. 다니엘라는 엄마의 불륜에 반발하는 행위로 잘못된 사랑을 택한다. 그걸 두고 볼 엄마는 세상에 없다. 자르토리스는 결국, 미카엘과의 사랑을 포기한다. 자식을 위해 자신의 욕망을 포기하는 것이다.

소설은 픽션이다. 그러나 그것이 독자의 생각과 일치 될 때 감동은 배가된다. 자르토리스 의 사랑은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실천할 수 없는 자신을 대신하는 주인공이기에 소설 속 인물들은 사랑 받는다. 한동안 자르토리스라는 이름이 잊히지 않을 것 같다. 여름에 읽기 좋은 소설이다.

[정기상 시민기자 keesan@hanmail.net]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