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하고 고소한 책 수다 "당신도 오세요"
달콤하고 고소한 책 수다 "당신도 오세요"
  • 북데일리
  • 승인 2007.08.14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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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왜 책을 읽으십니까?" 이 질문에 주저 없이 답할 수 있는가? "왜"라는 의문조차 품어본 적 없이 ‘책 읽기 = 당연한 것’이라는 공식에 얽매여 책을 읽고 있다면 도서평론가 이권우의 <책과 더불어 배우며 살아가다>(해토. 2005)를 만나 보길 바란다.

"제가 찾고자 하는 희망이란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책 읽기를 디딤돌로 삼아 더 나은 세상을 꿈꾸어 보자는 것이고, 이를 이루기 위해 함께 손을 잡아 보자는 것입니다."

바로, 저자 이권우가 책을 읽는 이유다. 본인은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독서에 이만한 희망을 부여한 책이 또 어디 있나 싶을 만큼 와 닿는 구절이다.

그 희망은 독자에게 소박하고, 유쾌하게 다가온다. 또한, 어렵지 않다. 책은 성석제, 박완서, 윤흥길, 박현욱 등의 한국 작가부터 조셉 콘래드, 존 쿳시, 폴리 토인비, 파블로 네루다에 이르기까지 각국의 작가들을 신명나는 수다로 끌어들인다.

작가와 작품을 날카롭게 분석하기 보다는 `사람 대 사람`으로 이해하려는 친밀감이 묻어난다. 무엇보다 현학적이지 않고 편안한 글이어서 좋다. 맛있게, 혹은 맛없게 읽은 책들을 차려 놓고 어느 부분이 좋았고 무엇이 아쉬웠는지 술술 풀어놓는다.

이 글을 읽어 내린 독자라면 슬슬 걱정이 앞설 터. 혹여 칭찬 일색의 서평이 가득할까 걱정되는가? 우려는 금물. 이 책의 매력은 균형 잡힌 시각에 있다. 합당한 논거를 바탕으로 찬탄과 비판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광대, 그가 바로 이권우다. 소위 ‘수준 높은’ 책만 들이대지도 않는다. 동화에 대한 다음의 글에서 그의 편견 없는 시선이 엿보인다.

“다 큰 사람이 새삼 동화를 읽는다는 게 쑥스러울 수도 있다. 동화란 말 그대로 어린아이들이 읽는 책이지 않던가. 그렇지만, 동화는 ”머리에 피도 마르지 않은 녀석들“이나 읽는다는 편견을 버리고, 다시 읽어 보길. 어린이나 읽는 책이라고 폄훼하기에는 거기에 담긴 문학성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깨달으리라.”

가네시로 가즈키의 <플라이, 대디, 플라이>를 이야기하면서 이상의 <날개>를 떠올리는 저자는 소설가 김성동이 지은 <김성동 천자문>과 김근 교수가 쓴<욕망하는 천자문>을 함께 읽으며 중화주의 문제를 풀어낸다.

이어 김형경의 <사람 풍경>을 통해 자신과 오롯하게 만나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의 저자 나탈리 골드버그에게서는 ‘흉악할 수도 있는 자신의 낯선 얼굴을 직시할 수 있는 용기’야 말로 글을 잘 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을 깨닫는다.

3-5쪽 정도를 한 꼭지로 총 48꼭지 이야기를 듣는 동안 독자는 55권의 책을 소개 받는다. 어린이날 받던 종합선물세트처럼 다양하고 풍성한 책 선물세트다. 장황하지도 가볍지도 않게 담아내는 것은 물론, 조심스럽게 사회의 문제들을 끌어오기도 한다. 배우고 깨달은 내용을 독자와 함께 나누려는 마음이 담뿍 담긴 정성스런 선물꾸러미다.

저자는 책 속에서 공감하는 부분을 발견하고 깨달음을 얻는 순간을 `감전`이라는 단어로 표현한다. 그 역시도 날마다 `자발적 감전`을 경험하는 한 사람의 독자로서 눈높이를 맞추는 배려를 잊지 않는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 이권우의 목소리로 ‘책을 말하는 책’ <책과 더불어 배우며 살아가다>. 이 달콤하고 신나는 책 수다에 당신도 함께 하고 싶지 않은가? 왜? 깨가 쏟아지게 재미있으니까!

[구희진 시민기자 hermonolog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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