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종교, 리처드 도킨스 vs 스캇펙 차이점
신과 종교, 리처드 도킨스 vs 스캇펙 차이점
  • 북데일리
  • 승인 2007.08.1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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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세계적인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의 신간 <만들어진 신>(김영사. 2007)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책은 “신이 있다는 믿음은 망상일 뿐”이라는 파격적인 주장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로서 측정할 수 없는 신의 실재에 대해서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반면, 정신분석의이자 심리학 박사인 스캇 펙은 일찍이 그의 저서 <아직도 가야할 길>(열음사. 2004)에서 과학자와 종교의 관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과학자들은 신의 실재 문제를 다룰 때 큰 어려움을 겪는다. 신은 단지 하늘에 둥둥 뜬 과자일 뿐만 아니라 어쩌면 독을 주는 과자일지도 모른다는 의심마저 생긴다. 신은 인간의 마음에 있는 환상이라고 결론을 짓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인다”

이처럼 과학자인 도킨스는 “신은 인간이 만든 망상이며, 오히려 신이 사라진 이후의 사회가 더 희망적”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특히, 그는 ‘끊임없는 전쟁과 가난, 아동학대와 동성애자 차별’ 등 종교의 심각한 폐해를 강하게 비판한다.

현실 세계에서 종교를 둘러싸고 있는 각종 ‘더러운 것들’의 존재는 스캇 펙도 인정하는 바이다. 하지만, 그는 이런 더러운 것들로 인해 신과 종교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더러운 목욕물과 함께 아기를 내버리는’어리석은 짓`이라고 일갈한다.

그는 종교를 ‘인생 그리고 이 세계란 도대체 어떤 것인가에 대한 이해, 즉 세계관을 담고 있는 지도’라고 새롭게 정의한다. 이에 따르면, ‘과학 자체도 하나의 종교’이며, ‘무신론, 반종교’라는 신념을 신봉하는 도킨스도 과학이라는 종교의 열성적인 신자일 뿐이다.

상대방이 믿는 종교가 무엇인지는 중요치 않다. 상대방이 인간과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을 명확한 지도로 그려낼 수 있으면 된다. 확실한 지도만 있다면, 적어도 상대방을 미치광이로 몰아붙이거나 고의로 악랄하게 행동하는 것으로 오해하여 벌어지는 성전(聖戰)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수많은 종교가 서로를 명확히 이해하여 소통할 수 있는 보다 큰 세상, 이것이 <아직도 가야 할길>의 저자 스캇 펙이 꿈꾸는 세상이다. 신과 종교가 모두 사라진 도킨스가 바라는 세상과는 사뭇 다르면서도 본질은 닮아 있다.

이렇게 넓은 세계로 인식을 확장시켜 나가는 과정이 바로 <아직도 가야 할길>의 핵심 주제이다. 저자는 정신적 성숙에 이르는 길을 “작은 우주에서 출발하여 보다 더 큰 우주로 들어가는 여행”이라고 표현한다.

책이 말하는 인식의 확장을 위해서는 ‘훈련, 사랑, 종교, 기적’ 총 4단계를 거쳐야 한다. 나아가면 나아갈수록 더욱 심오한 진리를 만날 수 있다. 1장 `훈련`에는 인생이라는 고해를 헤쳐 나가기 위해서 끝없이 실천해야 할 4가지 훈련 방법이 소개되어 있다.

왜, 무엇을 위해서 이토록 힘든 정신적 성숙에 이르는 여행을 떠나야만 할까? 답은 하나. 바로, 사랑이다. 저자는 사랑이야 말로 우리를 정신적 성숙에 이르게 하는 힘의 근원이며, 그렇게 되고자 하는 동기라고 단언한다.

2장 ‘사랑’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첫눈에 반하여’ 어느 한 순간에 ‘빠져드는’ 낭만적인 사랑‘이 아닌 ’참사랑‘의 본질을 알려준다. 참사랑이란, ‘자기 자신이나 혹은 타인의 정신적 성장을 도와줄 목적으로 자기 자신을 확대시켜 나가려는 의지‘라고 한다.

또한, 사랑은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출발점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정신 질환이 사랑의 결핍에서 비롯되었으며, 도저히 치유되기 힘든 정신 질환이 오직 사랑의 힘으로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을 수차례 목격했기 때문이다.

사랑이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은 3장, ‘성장과 종교’에 설명되어 있다. 사랑은 인간에게 신이 내린 선물로서 종교와 신을 포괄하여 정신적 성숙에 이르는 지혜가 담겨있다. 마지막 4장 ‘은총’에는 신의 은총인 기적에 대한 많은 질문과 그 답이 들어 있다. 임상 사례들이 풍부하게 제시되어 흥미를 더한다.

성공적인 우주여행을 기원하는 저자의 진심이 따스하게 전해진다는 것 또한 매력이다.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서 ‘어린 시절의 차가운 소우주에서 벗어나 넓고 따뜻한 대우주의 세계로 나아가는’ 여행을 경험하는 것. 저자의 진정한 바람일 것이다.

[윤지은 시민기자 wise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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