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VS책]미술관으로 이끄는 몇 가지 매혹
[책VS책]미술관으로 이끄는 몇 가지 매혹
  • 북데일리
  • 승인 2007.08.13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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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미술관에서 만나는 명화들이 처음부터 명작 대접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당대에는 형편없는 쓰레기 그림으로 취급당하기도 하고 세상을 전복시키려는 불순한 의도를 지녔다고 손가락질 받기도 했다”

[북데일리]천재 예술가들의 문제작을 조명한 화제작 <위험한 미술관>(웅진지식하우스. 2007)이 출간됐다. 당대의 보편적인 화풍을 거절하고, 고정관념의 한계를 뛰어넘은 화가들의 사연을 파헤쳤다.

저자 조이한이 조명한 화가는 모두 여섯. 카라바조, 프리드리히, 마네, 뭉크, 뒤샹, 요셉 보이스이가 그 주인공이다. 지금은 명작이라 불리는 그림의 화가들이나, 당대에는 형편없는 취급을 받던 비운의 천재들이다.

책에 따르면 카라바조의 성화는 천박하다는 이유로 교회에서 거절당했고, 요셉 보이스의 퍼포먼스는 기이한 행동으로 비난과 찬사를 동시에 받았다.

독일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화가 프리드리히 또한 비난에 휩싸인 주인공. 그는 고전주의자들이 생각하던 풍경화의 구도를 갖추지 못한 ‘어설픈’ 그림을 그렸다가 호된 비난을 들어야 했다. 고전주의 예술론을 옹호했던 괴테 역시 그에게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며 충고했다니 당시의 경직된 분위기를 짐작할 만하다.

미술사 최고의 스캔들 메이커는 단연 마네다. <풀밭 위의 식사>에서는 발가벗은 채 고개를 들고 있는 여성을 그려 조롱거리를 당했다. 이뿐 만이 아니다. 창녀를 전면에 내세운 발칙한 그림 <올랭피아>는 파리의 남편들이 부인들을 웃게 해주기 위해 전시회에 보낼 정도로 웃음거리가 되었다. 책은 뛰어난 자질에도 불구하고 천대받았던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 놓는다.

한편, 명작에 깃든 지식을 캐낸 책도 나왔다. 바로 장세현의 <한 눈에 반한 서양미술관>(거인. 2007)이 그것. 청소년 독자층을 위한 책이다. <위험한 미술관>과 <한 눈에 반한 서양미술관> 모두 명작에 숨은 정보를 골라 실은‘알짜 가이드’다.

<위험한 미술관>이 작가의 생애에 초점을 맞췄다면 <한 눈에 반한 서양미술관>은 장면에 주목한다. 그 예로 보티첼리의 그림을 들 수 있다. 그의 그림 <팔라스와 켄타우로스〉는 지혜의 여신 팔라스가 반인반마인 켄타우로스의 머리채를 틀어쥐고 있는 모습을 담고 있다.

이는 단지 여신(강자)의 강력한 힘을 보여주는 장면 아니다. 사실은 이성을 상징하는 팔라스가 인간의 동물적 본능을 상징하는 켄타우로스를 제압하는 모습인 것. 정치적이고 도덕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이다.

이어 책은 고야의 작품 <막대기를 들고 싸우는 사람들>로 독자를 이끈다. 다리가 늪 속으로 가라앉는 것도 모른 채 싸우는 두 남자를 묘사한 그림이다. 인간의 어리석음을 신랄하게 꼬집는 장면이다. 이외에도 미켈란젤로, 쿠르베, 뭉크, 칸딘스키 등 르네상스에서 20세기 미술에 이르는 다양한 작품 설명이 실려 있다.

두 책이 실어 나르는 정보는 신선하다. 당대를 추측하는 것은 물론, 작품에 깃든 의도를 깨닫는데 길라잡이 역할을 한다. 평소 미술에 관심이 많던 독자, 보다 진지한 접근을 원했던 이라면 가족 단위 독서를 즐겨보는 것도 좋겠다.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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