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률 "여행이란 도달할 수 없는 아름다움 찾기"
이병률 "여행이란 도달할 수 없는 아름다움 찾기"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5.11.26 09: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 옆에 있는 사람> 이병률 글 / 달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고, 여행은 걸으면서 하는 독서”라는 말이 있다. 깊어가는 가을, 여행 책을 통해 앉아서 여행을 떠나도 좋겠다.

<끌림>이후 10주년을 맞아 출간한 이병률 시인의 여행산문집 <내 옆에 있는 사람>(달. 2015)는 역시나 우리의 여행 욕구를 들쑤신다. 전작들이 ‘세계편’이었다면 이번 책은 ‘국내편’에 해당된다. 서울, 경기, 충청, 강원 등 그야말로 전국 8도를 넘나들었다. 산과 바다가 있고 섬도 있다. 역시나 여행 중 만난 소소한 것들로부터 길어내는 그의 사유가 남다르다.

“그저 적당히 조금 비어 있는 상태로는 안 된다. 지금의 안정으로부터 더 멀어져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뻗어나가는 것도 있다. 나는 지금 여행 중이고 안경을 가져오지 않아 먼 것을 보는 일이 어렵지만 두고 온 것을 아까워하지 않기로 한다. 먼 것을 흐릿하게 보는 것으로 다행이며 가까운 것을 꼭 붙잡고 있을 수 있으니 다행인 것으로 치면 그만이다.” - ‘지금으로부터 우리는 더 멀어져야’ 중에서

관광이 아닌 여행은 사람을 혼자이게 한다. 일상의 모든 관계로부터 떨어져 분리되는 순간, 우리는 흥분을 느낀다.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이겠다는 넉넉한 상태가 된다.

“그렇다면 무엇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먼 곳에서, 그 낯선 곳에서. 무작정 쉬러 떠나는 사람도, 지금이 불안해서 떠나는 사람도 있겠지만 결국 사람이 먼 길을 떠나는 건 ‘도달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보겠다는 작은 의지와 연결되어 있어. 일상에서는 절대로 만날 수 없는 아름다움이 저기 어느 한켠에 있을 거라고 믿거든.” - ‘여행은 인생에 있어 분명한 태도를 가지게 하지’ 중에서

전작과 마찬가지로 책은 목차도 페이지도 없다. 아무 곳이나 펼쳐 읽어도 좋다. 허름한 시장에서 삼삼오오 모여 국수를 먹거나 작은 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길가에 아무렇게나 피어 있는 들꽃들, 어느 시골 골목길을 뛰어다니는 강아지들이 주인공이다. 그가 직접 찍은 사진들과 함께 하는 글들이 오롯이 마음속으로 들어올 것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