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분 토론` 뺨친 아이들 토론현장 "실감나네"
`100분 토론` 뺨친 아이들 토론현장 "실감나네"
  • 북데일리
  • 승인 2007.08.10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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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9일 오전 11시 대치도서관(강남구 대치동) 교양관. 더위를 잊은 열띤 공방이 한창이다. 토론의 주인공은 초등학생 30여명. 동석한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당찬 발언에 혀를 내둘렀다.

강남구와 ‘(사)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이 주관하는 ‘한 도서관 한 책 읽기 프로그램’의 하나인 ‘역할극과 함께 하는 독서토론’ 현장 모습이었다. 책의 특정 장면을 동화구연으로 선보인 후, 아이들과 함께 토론 하는 내용으로 꾸며졌다.

이날의 토론 도서는 <짜장면 불어요>(창비. 2006). 부모님의 불화로 고민하던 주인공 윤서가 친구의 권유로 가출 했다가 돌아오는 대목이 다뤄졌다.

동화구연가 윤경희(48)씨와 성지영(34)씨가 진행을 맡았다.

“저는 ‘윤서’에요. 행복은 늘 곁에 있어요”

“전 ‘희주’에요. 인생은 불공평해요…”

인형극이 시작되자 강연장은 고요해졌다. 실감나는 목소리 연기에 아이들이 극에 몰입됐다. 글자로 접하던 동화내용이 전문가들의 구연으로 바뀌는 과정은 흥미진진했다.

이와 달리 이어진 토론 분위기는 뜨거웠다. 초롱초롱한 눈 빛의 아이들은 거침없는 의견을 쏟아냈다.

“윤서가 더 나빠요. 이후에 있을 일을 생각 못하고 희주의 말만 듣고 성급하게 가출을 했어요.”

“맞아요, 6학년이나 되면 모범을 보여야 하는데… ”

“하지만 희주가 먼저 가출하라고 말했잖아요.”

“가만히 있던 영선이도 나빠요.”

동화구연가의 능숙한 진행으로, 발표력이 부족한 어린 학생들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보탰다.

다음은 아이들이 직접 참여하는 역할극 차례였다. 처음에는 쑥스러워 하던 아이들은 곧 자신의 역할에 몰입된 듯 개성 있는 목소리 연기를 보여줬다. 모두 연기자가 된 듯 재미있어 했다.

행사를 본 한 주부는 “부부 싸움과 가출에 대한 아이들의 솔직한 생각을 들어봐서 좋았다”며 “아이들과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야겠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역할극을 통해 상대방의 입장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거나 “다른 친구들의 의견을 들어볼 수 있어 좋았다”며 활짝 웃었다.

“여러분들, 오늘 토론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배울 수 있기를 기대해요.”라는 진행자의 멘트가 끝나자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100분 토론 못지 않은 팽팽한 토론 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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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동화구연가 윤경희, 성지영

이번 행사에서 동화구연과 토론 진행을 맡은 윤경희 씨는 ‘(사)색동어머니회’의 이사직을 맡고 있다. 대학과 백화점 문화센터 등에서 활발한 강의를 펼치고 있는 동화구연가로 함께 한 성지영 씨는 그녀의 제자다. 다음은 강연 후 가진 1:1 문답내용.

질문) 동화구연을 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답) 동화구연은 책 읽기의 또 다른 방법이다.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즐겁게 책을 읽을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이 길을 선택했다.

질문) 동화구연과 토론을 함께 한 사실이 흥미롭다. 이 둘을 연관시킨 이유는.

답) ‘3일간’ 이라는 동화는 토론을 하기에 쉽지 않은 내용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가출이나 개인의 책임과 같은 심각한 문제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하게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먼저 줄거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동화구연으로 동화 속 장면을 재현하게 되었다.

질문) 동화구연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답) 우선 책에 대한 흥미를 가질 수 있게 한다. 또한 들으면서 정확한 발음을 배울 수 있다. 동화구연은 책만 읽어주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직접 동화구연을 해보게 한다. 이때 발음교정을 해준다.

질) 직접 동화구연을 하고 싶어 하는 주부들에게 건네는 조언은.

답) 성대모사를 잘해야 아이들이 흥미 있어 한다. 정확한 발음도 중요하다. 아이들은 엄마의 발음을 따라 하기 때문이다. 집에 있는 인형과 같은 소품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질) 동화구연을 위한 책을 고를 때 주의할 점은 무엇인가.

답) 가끔 ‘비어’나 ‘속어’와 같은 거친 표현이 그대로 나오는 책이 있다. 절대 선택하지 말아야 한다. 두 번째로 문장의 연결이 매끄럽지 않은 책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

[김대욱 기자 purmae33@pimedia.co.kr]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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