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의 검은 미로 속에 펼쳐진 소설 성찬
터키의 검은 미로 속에 펼쳐진 소설 성찬
  • 북데일리
  • 승인 2007.08.09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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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묵은 고향 이스탄불의 음울한 영혼을 탐색해 가는 과정에서 문화의 충돌과 교차에 관한 새로운 상징을 발견했다”

[북데일리] 스웨덴 한림원은 2006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오르한 파묵’을 선정했다.

파묵의 신간 <검은 책 1,2>(민음사. 2007)은 노벨 문학상 평가에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특히, 한국어판은 ‘오르한 파묵’ 전공자인 이난아씨의 번역으로, 작가도 신뢰하는 판본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오르한 파묵은 <검은 책>을 통해 “이 소설은 나의 정신 상태를 설명하는 내 영혼의 혼합체”라고 밝힌 바 있다. 번역자 역시 “좋은 소설이란, 최소한 필자가 보기에는, 모든 독자에게 각기 다른 맛과 향취를 주는 작품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검은 책>은 갖가지 반찬이 한 상에 차려진 풍성한 상찬” 이라고 전했다.

<검은 책>의 줄거리는 매우 간단하다.

요약하자면, 변호사인 주인공 갈립이 홀연히 사라져버린 자신의 아내, 뤼야를 찾는 여정이다. 뤼야(터키어로 `꿈`이란 뜻)가 사라지면서, 그녀의 의붓오빠 제랄도 함께 사라지게 된다. 갈립은 그 둘이 함께 있다고 생각하고 제랄이 평소 쓰던 칼럼을 다시 읽어본다. 그리고, 그 안에서 실마리를 찾는다. 갈립은 제랄이 몇 년 전 썼던 칼럼을 모아 뤼야(꿈)를 찾아 떠난다.

홀수 장은 갈립의 이야기를 3인칭 시점에서 서술하고, 짝수 장은 제랄이 쓴 칼럼이 1인칭 시점으로 쓰여지는 독특한 구조로 이루어져있다. 오르한 파묵의 책을 처음 접하는 독자라면 다소 어려 울 수 있을 듯. 이에 이해를 도울만한 세 가지 요소를 정리해 본다.

첫째, 배경이 되는 터키의 역사

소설은 이스탄불의 역사에 관한 이야기부터 신화에 얽힌 것들. 과거의 모습과 현재의 모습 등 이스탄불이란 도시에 관해서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동서양 문화의 만남으로 이스탄불은 과도기적 아픔을 가지고 있다.

둘째, 달필인 제랄의 칼럼

짝수 장만을 모아 책을 한권 만들 수 있을 만큼, 제랄의 칼럼은 재미도 있고, 방대한 지식을 포함한다. 뤼야를 찾기 위해 갈립은 제랄의 칼럼을 이용하게 되는데, 결국 자신이 제랄의 역할을 하며, 칼럼을 쓰기도 한다. 이 책을 돋보이게 하는 중요한 요소다.

셋째, 뤼야를 찾는다 = 정체성 찾기

책은 곳곳에 정체성에 대해서 질문하고, 함구하기를 되풀이한다. 답은 독자 스스로가 찾아야 할 몫. 뤼야(꿈)를 찾기 위해 갈립은 제랄 대신 칼럼을 연재하고, 제랄의 역할을 대신한다. 또한, 자신의 정체성을 잃은 이스탄불 역시 주인공과 닮아 있다.

이 책은“이스탄불의 풍경, 소리, 냄새로 가득한 미로 같은 소설”이라 불린다. <검은 책>은 주인공을 터키에 이입시켜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선보인다. 단순한 줄거리지만, 방대한 교양지식은 물론 추리까지 넣어 재미를 더한다. 오르한 파묵 스스로가 “영혼의 혼합체”라고 말했을 만큼 완성도 높은 작품이다.

[제갈지현 시민기자 galj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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