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순이`가 쉽게 들려주는 역사 여행
`갑순이`가 쉽게 들려주는 역사 여행
  • 북데일리
  • 승인 2007.07.31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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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똑똑” 문을 두드리자 한 남자가 걸어 나온다. 대뜸 “역사란 무엇입니까”라고 묻자 그는 당황한 기색 없이 친절하게 답한다. 알기 쉬운 설명은 물론 유창함까지 엿보인다. 이처럼 쉽지 않은 질문에 “술술” 답하는 그. 대체 누구일까. 바로 ‘E. H. 카’이다. 저명한 고전 <역사란 무엇인가>(홍신문화사. 2006)의 저자다.

평소 어렵게만 느꼈던 석학 E. H. 카의 이야기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지난해 출간된 ‘김영사’의 ‘지식인 마을’ 시리즈가 그것이다.

이 중 일곱 번째 시리즈인 <랑케 & 카-역사의 진실을 찾아서>(김영사. 2006)는 근대 이후 역사학을 대표하는 학자 ‘랑케’와 ‘카’의 만남을 주선한다. 역사 연구에서 ‘자아의 소거’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주장했던 랑케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로 역사를 정의했던 ‘카’의 견해를 알기 쉽게 풀이했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쉬운 설명이다. 이는 친근한 예 덕분. 이를테면 ‘갑순이’와 같은 친숙한 이름의 사용을 들 수 있다. 옆집 소녀와 같은 느낌의 그녀는 저자가 만들어낸 인물로, 책 곳곳에 등장한다.

역사의 진실여부나 단순사실과 역사와의 차이 등을 설명할 때 책은 그녀의 일상을 예로 든다. 난해한 언어로 어렵게만 읽혔던 이론과 철학이 일상의 언어로 표현되는 순간이다. 이 밖에도 ‘광개토대왕비문’이나 ‘조선왕조실록’, ‘6.25’와 같은 익숙한 소재들의 활용이 이해를 돕는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전체적인 구성이다. 평소 근엄하게만 다가왔던 ‘랑케’와 ‘카’를 2등신으로 표현한 표지는 물론, 마지막 장의 ‘지식인 지도’까지 아기자기함이 여기저기에 묻어난다. 각 장을 마을의 거리로 표현한 점이나 코믹한 일러스트의 삽입도 볼거리다. 이런 구성은 인문학 서적의 딱딱함을 완화시킨다. 그만큼 독자의 접근을 용이하게 한다.

이처럼 알기 쉬운 설명과 친밀감이 느껴지는 구성은 일반 독자를 배려한다. 평소 역사학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나, 고전의 무게 때문에 접근을 꺼렸던 독자라면 읽어 볼만한 책이다. 우리의 이웃 ‘갑순이’는 언제나 친절한 안내를 해줄 준비가 되어있다.

[김대욱 시민기자 purmae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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