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보는 가옥의 문화적 가치
그림으로 보는 가옥의 문화적 가치
  • 북데일리
  • 승인 2007.07.30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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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철거 위기에 놓여있던 명륜동 ‘장면’ 박사 댁이 문화재로서 영구 보존될 예정이라는 기사를 읽었다. 왠지 모르게 콧등이 시큰해졌다. 불과 한 두세대 전의 주택조차 문화로서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화가의 집을 찾아서>(샘터. 2006)의 저자 한젬마 역시 근대작가들의 생가가 보존되지 못함을 안타깝게 여기고 있었다. 무형의 자산을 남기기에는 주변의 집값이라는 실질적 가치가 더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요즘은 마당 있는 집을 보기 힘들다. 마당이 있다 해도 대부분 현대식이다. `ㄷ`자형 마루에 여러 개로 나뉜 방에 방방마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키득거리는 아련한 옛 추억은 사라진지 오래다.

집의 형태는 점점 서구화 된다. 모두 매끈한 인테리어를 자랑한다. 옛 정취를 찾아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지역, 가회동이나 명륜동조차 이제 그 존재가 위태위태한 듯하다. 어쩌면 우리의 아이들은 낙숫물 떨어지는 지붕아래 도란도란 앉아 마당에 툭툭 떨어지는 빗소리는 영영 들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이 두 권의 책은 각자의 방식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만희네 집>(길벗어린이. 1995)과 <작은 집 이야기>(시공주니어. 1993)가 그것.

<만희네 집>의 주인공 만희는 연립주택에서 마당이 있는 할머니 댁으로 이사 오게 된다. 마당에는 할머니께서 키우는 개 세 마리와 아담한 꽃밭도 있다. 만희의 시선을 따라 집안을 둘러볼 수 있는 구조로 되어있는 이 책은 우리를 광, 장독대, 뒤꼍, 꽃밭, 현관, 만희 방, 목욕탕, 옥상, 아빠 방, 마루 등. 구석구석이 볼거리로 가득한 정겨운 옛 집으로 초대한다.

그림을 따라 만희네 집을 들여다보면 하나하나에 모두 향수가 묻어난다. 야트막한 담장 가득 늘어진 나팔꽃, 철대문 틈으로 삐죽이 보이는 빨간벽돌집, 대문을 지키고 있는 강아지, 할머니방의 자개장, 된장 고추장이 가득 들어있는 항아리 등.

물론 찾아보면 요즘에도 이런 집이 있겠지만 쉽게 찾아보기 힘들고 앞으로는 더더욱 희소해질 것이다. 점점 빨리 돌아가는 우리의 삶이 이런 여유로운 주택 구조를 남겨두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버지니아 리버튼의 <작은 집 이야기>는 또다른 맥락에서의 현대문명 발달의 단면을 보여준다. <만희네 집>이 그리움을 담은 푸근한 우리의 집을 보여주어서 현재를 돌아보게 했다면 <작은 집 이야기>는 좀 더 날카롭게 도시화된 사회를 이야기한다.

꽃이 핀 평화로운 언덕에 자리 잡은 작은 집은 도시화 계획이 점점 확장되면서 어느 새 도시의 한 가운데 서게 된다. 한 때 도시를 동경하던 작은 집은 어느 새 도시 한 귀퉁이에 갇혀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다행히 옛 주인의 손녀에게 발견되어 작은 집은 예전의 언덕과 같은 평화로운 공간으로 옮겨지고 다시 예전 같은 평화로운 삶을 영위하게 된다.

작은 집은 우리를 대변한다. 쉴 새 없이 달리는 지하철, 거리를 메우는 자동차의 행렬, 너무 높아 하늘을 가리는 빌딩. <만희네 집>이 우리가 돌아가고 싶은 이상향을 그려냈다면 <작은 집 이야기>는 현재 우리가 속한 곳의 모습을 그린다.

그립다고 해서 돌이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근시안적인 이익 때문에 우리의 소중한 흔적을 허물어 버리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우리의 아이들에게 집이라는 존재가 주는 푸근한 체취를 물려줄 수 있을 테니까.

[신주연 시민기자 snow_fores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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