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을 파묻혀...오로지 그림 그린 이유
35년을 파묻혀...오로지 그림 그린 이유
  • 북데일리
  • 승인 2007.07.27 09: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평생 그림을 그리고도 아무런 이득을 얻지 못한 자, 그래도 그림 그리는 이유를 말하라. 그림으로 자신을 파멸시킨 자, 그래도 그 이유를 말하라."

[북데일리] 서양화가 강하진은 저서 <그래도 그림 그리는 이유를 말하라>(글을읽다. 2007)를 통해 이처럼 자문한다. 1972년 작품 활동을 시작, 무려 35년간 그림에 파묻혀 살아온 자신에게 던지기엔 너무 가혹한 질문이 아닌가.

그 가혹함에서 작가가 느낀 창작의 부담과 고통이 여실히 전해진다.

"그림은 끊임없는 욕심, 그 욕망의 칼날이 너를 죽인다. 그래도 그림 그리는 이유를 말하라. 이미 붓을 버린 자, 변명하지 말고 그 이유를 솔직하게 말하라. 네 작업을 하는 이유를 문법에 맞게 분명하게 말하라. 내일도 희망이 없다면, 그래도 그림 그리는 이유를 말하라."

칼날에 온몸을 내던지며 그려온 그림, 시작은 세상을 선명하게 보고자 하는 바람이었다.

"세상을 선명하게 보려고 시작한 그림. 그렇게 하려면 선명하고 명쾌한 사고를 하고 그런 작품을 해야지. 그림이 굴절되면 사람도 굴절되는 법이지."

강하진은 이외에도 나이가 들면서 변한 작업관, 자신의 작품세계 등을 조용하지만 분명한 어조로 설명한다. 즉 <그래도 그림 그리는 이유를 말하라>는 한 예술가의 내밀한 기록이자 독자를 미술의 세계로 이끄는 안내서이다.

그가 책을 펴낸 이유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작가는 그림으로만 말해야 한다는 말을 나는 믿는다. 그러나 어떠한 그림이라도 그 그림이 탄생한데는 이유가 있고, 그림이라는 사물도 다른 주변 사물의 반향의 결과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것이 자연이든 언어이든 또 다른 사물이든 말이다. 그렇다면 나의 못난 낙서도 그림이라는 완고하고 차가운 표정을 읽어내는 데 작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희망을 가져본다."

책에는 작가가 활동초기부터 지금까지 적어온 단상 180편이 실려 있다. 함께 수록된 그의 대표작 100여점은 또 하나의 볼거리.

[고아라 기자 rsum@naver.com]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