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명문장] 힘든 일 처리하는 법...모모가 들려주는 지혜
[책속의 명문장] 힘든 일 처리하는 법...모모가 들려주는 지혜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5.11.18 12: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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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미하엘 엔데 글 한미희 옮김 / 비룡소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처리해야 할 많은 일이 쌓여 있을 때 우리는 서두르게 된다. 그러다 보면 예상치 못한 실수도 하게 된다.

시간을 훔치는 도둑과 그 도둑이 훔쳐간 시간을 찾아주는 소녀 모모 이야기를 담은 <모모>(비룡소. 2009)에 교훈이 될 만한 이야기가 있다. 모모에게는 특히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 도로 청소부 베포 할아버지다. 다음 대목은 베포 할아버지가 모모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다.

“얘, 모모야. 때론 우리 앞에 아주 긴 도로가 있어. 너무 길어. 도저히 해 낼 수 없을 것 같아. 이런 생각이 들지.”

그러고는 한참 동안 묵묵히 앞만 바라보다가 다시 말했다.

“그러면 서두르게 되지. 그리고 점점 더 빨리 서두르는 거야. 허리를 펴고 앞을 보면 조금도 줄어들지 않은 것 같지. 그러면 더욱 긴장되고 불안한 거야. 나중에는 숨이 탁탁 막혀서 더 이상 비질을 할 수가 없어. 앞에는 여전히 길이 아득하고 말이야.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거야.”

그러고는 한참 동안 생각하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한꺼번에 도로 전체를 생각해서는 안 돼. 알겠니? 다음에 딛게 될 걸음, 다음에 쉬게 될 호흡, 다음에 하게 될 비질만 생각해야 하는 거야. 계속해서 바로 다음 일만 생각해야 하는 거야.”

그러고는 다시 말을 멈추고 한참 동안 생각을 한 다음 이렇게 덧붙였다.

“그러면 일을 하는 게 즐겁지. 그게 중요한 거야. 그러면 일을 잘 해 낼 수 있어. 그래야 하는 거야.”

그러고는 다시 한 번 오랫동안 잠자코 있다가 다시 말했다.

“한 걸음 한 걸음 나가다 보면 어느새 그 긴 길을 다 쓸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지. 어떻게 그렇게 했는지도 모르겠고, 숨이 차지도 않아.”

그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렇게 말을 맺었다.

“그게 중요한 거야.” (p.49~p.51)

비록 도로를 청소하는 사람이지만, 삶의 지혜가 묻어나는 베포 할아버지의 말은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이야기로 다가온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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