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지식] '혼자 열심히 해서 성공하는' 빌 게이츠는 없다
[책속의 지식] '혼자 열심히 해서 성공하는' 빌 게이츠는 없다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5.11.17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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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글 / 부키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기업의 성공신화는 대기업이 나라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우리나라에서 어렵지 않게 마주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는 이들을 향해 일종의 영웅시선과 동경을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해 자본주의의 빛과 그늘을 파헤친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부키.2010)의 저자 장하준은 기업 정신의 맥락에서 다음과 같이 진단한다.

“토머스 에디슨이나 빌 게이츠와 같은 인물들이 등장하는 자본주의의 전설과 오스트리아 출신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 조지프 슘페터의 선구적 연구 결과 등에 영향을 받은 우리는 기업가 정신을 너무 개인적인 차원에서만 보려는 경향이 있다. 마치 기업가 정신이란 탁월한 비전과 굳은 결의를 지닌 영웅들에게만 있다고 착각을 하는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누구나 열심히 노력만 하면 성공적인 사업가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도 여기서 나온 발상이다.” -219쪽~220쪽 중에서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기업가 정신은 점점 더 공동체적으로 함께 이루어 내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것이 요지다. 저자는 에디슨이나 빌 게이츠처럼 특별한 인물들도 수없이 많은 제도적, 조직적 지원을 받지 않았다면 오늘날과 같은 업적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라 말한다.

이들이 지식을 습득하고 또 자신이 생각한 것을 실험해 볼 수 있도록 해 준 과학 인프라, 크고 복잡한 조직을 갖춘 기업을 설립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한 회사법 및 기타 상거래 관련 법률도 지원에 해당한다. 이어 이들이 설립한 회사에서 고용한 엔지니어, 경영진, 노동자 등을 양산한 교육 시스템, 회사를 확장하는 데 필요한 막대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해 주는 특허법과 저작권법 등이 모두 그 예다.

또한, 덴마크 네널란드 독일 같은 나라의 낙농업이 오늘날과 같은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도 정부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낙농업자들이 조합을 조직해서 우유를 분리해 크림, 버터 등을 만드는 기계 등 가공 설비에 공동으로 투자 하고, 공동으로 해외 마케팅을 추진할 수 있었던 배경도 주도적인 도움을 주는 기관이 존재해서다.

저자는 기업 차원에서도 부자 나라에서는 기업가 정신이 집단적으로 발휘 된다고 밝혔다. 이제는 더는 에디슨이나 빌 게이츠처럼 카리스마 넘치는 개인이 경영하는 기업이 거의 없고 전문 경영인들이 회사 경영을 맡고 있다는 것.

일본 기업도 그렇다. 일본 기업인들은 심지어 지위가 가장 낮은 생산 라인 노동자들의 창의성까지도 흡수할 수 있는 제도적 메커니즘을 개발했고 많은 사람들이 일본 기업의 성공 신화가 부분적이나마 여기에 기인한다.

저자는 "한 나라가 번영하기 위해서는 국민 개개인의 노력이나 재능보다 공동체 차원에서 효율적인 조직과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열심히 일해도 삶의 질이 제자리걸음인 이유가 이제는 개개인의 무능함에만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는 통찰을 주는 대목이다. 집단 차원의 공동체적 기업가 정신을 실행한다면 우리나라 서민들에게도 그 혜택이 돌아가지 않을까.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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