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명문장] '조르바, 지금 이순간 뭐하는가?' 공감과 울림
[책속의 명문장] '조르바, 지금 이순간 뭐하는가?' 공감과 울림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5.11.12 02: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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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글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매일 맞이하는 하루 하루는 영원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는 거의 이 사실을 잊고 산다. 그런 이유로 시간을 무의미하게 흘려보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리스인 조르바>(열린책들. 2009)는 책만 읽던 주인공이 자유인 ‘조르바’를 만나면서 삶은 보는 눈을 바꾸게 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매 순간을, 자유를 사랑할 줄 아는 조르바는 이런 말을 한다.

“나는 어제 일어난 일은 생각 안 합니다. 내일 일어날 일을 자문하지도 않아요. 내게 중요한 것은 오늘,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나는 자신 있게 묻지요. ‘조르바, 지금 이 순간에 자네 뭐하는가?’ ‘잠 자고 있네.’ ‘그럼 잘 자게.’ ‘조르바, 지금 이 순간에 자네 뭐하는가?’ ‘일하고 있네.’ ‘잘해보게.’ ‘조르바, 자네 지금 이 순간에 뭐하는가?’ ‘여자에게 키스하고 있네.’ ‘조르바, 잘해보게. 키스할 동안 딴 일일랑 잊어버리게. 이 세상에는 아무것도 없네. 자네와 그 여자밖에는. 키스나 실컷 하게.”

지금 이 순간, 현재에 집중한다는 조르바의 이야기는 많은 울림을 준다. 그는 많이 배우지 못했지만 우리들이 예사로 보아 넘기는 것들에도 감탄하고 놀란다. 그는 계속 질문한다.

"대체 저 신비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그는 묻고 또 묻는다. “……여자란 무엇인가요? 왜 이렇게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지요? 말해 보시오, 나는 저 여자란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묻고 있는 거요.”

그는 남자나, 꽃핀 나무, 냉수 한 컵을 보고도 똑같이 놀라며 자신에게 묻는다. 조르바는 모든 사물을 매일 처음 보는 듯이 대하는 것이다.“ (p.77)

또한 그는 어린아이 같은 감수성도 지니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울타리 곁을 지나다 갓 핀 수선화 한 송이를 꺽어 한동안 그 꽃을 들여다 본다. 수선화를 생전 처음으로 보는 사람처럼 물끄러미 들여다 보았다. 눈을 감고 냄새를 맡더니 한숨까지 쉬었다.

"두목, 돌과 비와 꽃이 하는 말을 들을 수 잇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부르고 있는지도, 우리를 부르고 있는지도 모르는데 우리가 듣지 못하는 것일 거예요. 두목, 언제면 우리 귀가 뚫릴까요! 언제면 우리가 팔을 벌리고 만물(돌, 비, 꽃, 그리고 사람들)을 안을 수 있을까요? 두목, 어떻게 생각해요? 당신이 읽은 책에는 뭐라고 쓰여 있습니까? (중략)

두목, 당신 책을 한 무더기 쌓아 놓고 불이나 확 싸질러 버리쇼. 그러고 나면 누가 압니까. 당신이 바보를 면할지.” (p.139)

책을 읽어 아는 것은 많지만 행동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면 깊이 공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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