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명문장] <무진기행> 김승옥 수면제 '햇볕, 공기,소금기를 합성해...'
[책속의 명문장] <무진기행> 김승옥 수면제 '햇볕, 공기,소금기를 합성해...'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5.11.10 0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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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기행> 김승옥 글 / 민음사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무진에 명산물이 없는 게 아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것은 안개다”

유명한 김승옥 작가의 <무진기행>(민음사. 2007)의 명문장이다. 소설에는 그 외에도 빛나는 문장이 많다. 바람, 햇볕, 소금기에 대한 아름다운 글이다.

"바람은 무수히 작은 입자로 되어 있고 그 입자들은 할 수 있는 한, 욕심껏 수면제를 품고 있는 것처럼 내게는 생각되었다. 그 바람 속에는, 신선한 햇볕과 아직 사람들의 땀에 밴 살갗을 스쳐 보지 않았다는 천진스러운 저온, 그리고 지금 버스가 달리고 있는 길을 에워싸며 버스를 향하여 달려오고 있는 산줄기의 저편에 바다가 있다는 것을 알리는 소금기, 그런 것들이 이상스레 한데 어울리면서 녹아 있었다.

햇볕의 신선한 밝음과 살갗에 탄력을 주는 정도의 공기의 저온 그리고 해풍에 섞여 있는 정도의 소금기, 이 세 가지만 합성해서 수면제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그것은 이 지상에 있는 모든 약방의 진열장 안에 있는 어떠한 약보다도 가장 상쾌한 약이 될 것이고 그리고 나는 이 세계에서 가장 돈 잘 버는 제약 회사의 전무님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누구나 조용히 잠들고 싶어 하고 조용히 잠든다는 것은 상쾌한 일이기 때문이다.” (p.11~p.12)

일상에 지친 독자들이라면 '김승옥 수면제'를 한 알 입에 털어놓고 싶을 듯하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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