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향기로 글 수준 알아' 플라톤 세익스피어 책에 담긴 책향기이야기
'책 향기로 글 수준 알아' 플라톤 세익스피어 책에 담긴 책향기이야기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5.10.14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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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인간>

[화이트페이퍼=북데일리] ‘어떤 눈먼 승려가 종이 위의 글자 냄새만 맡으면 바로 그 글에 담긴 내용의 좋고 나쁨과 수준의 높고 낮음을 알 수 있었다.’ -청나라 소설가 포송령(浦松齡)

요즘 책 읽는 사람도 구경하기 어려운 마당에 책의 냄새까지 구분하는 사람이 있을까. 글자 위의 냄새만으로 내용의 좋고 나쁨을 알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궁금하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서향(書香, 책냄새 또는 향기)’이라는 말의 유래부터 알아야 한다.

현대인에게 '서향(書香, 책냄새 또는 향기)'이라하면 잉크와 접착제 냄새가 전부다. 그러나 옛사람들은 좀벌레가 책을 파먹는 걸 방지하기 위해 책 속에 운향초(芸香草)라는 약초를 넣었다. 이로 인해 책을 펼치면 맑은 향이 났다. 이를 '서향'이라 칭했다.

여기서 우리는 <독서인간>(알마.2015)의 저자의 이야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저자에 따르면 서향에는 약초나 화학성분의 냄새만이 아니라 이에 더해 책 속에 스며있는 문화적 의미까지 포함한다. 앞서 말한 승려 이야기는 이를 함축하고 있다. 서향에 대한 가장 엄밀하고 오묘한 설명이다.

그뿐만 아니라 서향은 심리적 측면의 의미도 내포한다. 예컨대 미국의 한 작가가 플라톤의 저서를 읽는 내내 양털 담요를 턱까지 끌어당겨 덮고 있었다. 그때부터 그는 플라톤 책을 읽으려고만 하면 코로 양털 냄새가 밀려들었다는 것이다. 책에 소개된 또 다른 이는 셰익스피어 작품집을 읽을 때마다 과거의 삶속으로 들어가는데 아버지의 소장 도서였기 때문이다.

책은 이처럼 물적·심적 현상을 모두 담고 있는 경험과 사유의 대상이다. 저자가 안내하는 책의 요소요소를 따르며 풍성한 책 이야기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을 단순히 읽어내는 대상이 아니라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바라보고 오감으로 느끼며 즐기는 방법으로 우리를 매료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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